공정하다는 착각

[ 주간논단 ]

최효녀 장로
2022년 02월 22일(화) 08:11
오랜 세월 그리고 최근에 들어 화두가 되는 단어 중에 하나가 '공정'이다. 계급이 사라진 시대가 되면서, '공정'이라는 단어는 사회와 개인에게 있어서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그러나 '공정'을 추구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이미 1958년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능력주의'(Meritocracy)라는 책을 통해서, 능력대로 보상을 받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마이클 영이 말한 '능력'이란 '지능'과 '노력'을 통해서 얻은 수치화된 실적을 의미한다. 이 실적을 얻기 위해서 교육이 필수적이고, 교육은 태생적인 자질과 부모의 지원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자식이 우상화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점점 더 많은 부모가 자기 계급보다는 자식을 고려한 야심을 품기 시작하고, 결국 자식 숭배는 사람들의 마약이 되었다고 말한다. 자식 숭배가 만연한 사회에서 능력을 갖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졌고, 능력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것은 곧 공정하지 못하다는 사고와 등치되면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에 대하여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에서 "능력주의는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그것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수단일 뿐이다"라고 직설한다. 즉, 능력대로 대우를 받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능력'은 순수하게 한 개인이 스스로 온전히 얻은 자질이 아니라, 사회적 여건과 부모의 지원과 지리적, 환경적 조력을 통해서 얻은 것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잘 믿으면 복을 받는다'는 가치를 세상적인 복으로 환치하여 잘못된 능력주의 신화를 만드는 것에 교회가 일조했다는 것과, 미국에서 수입된 번영신학이 교회의 능력주의에 대한 오용을 가속화시켰다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의 2장에서 "최근 수십 년 동안 미국 기독교는 번영의 복음이라는 신종 섭리론을 내놓았다. 부유함, 건강 등과 같은 번영이 신이 내린 복이고, 신학이 되고 미덕이 되었다. 번영의 복음은 현 경제체제와 시장을 정당화하며, 자신의 운명에 대한 책임을 강조함으로 노력과 믿음만 있으면 부와 건강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라고 하면서 미국 기독교가 능력주의의 오해와 피해를 주었다고 한다.

더욱 주의해서 봐야 할 것은, '공정하다는 착각'의 원제는 '능력의 폭정(the Tyranny of Merit)'이다. 능력만을 강조하다 보면, 능력이 폭력이 된다는 것이다. 능력이 폭력이 되면 능력이 우상이 되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버림받은 사람이라는 간접적인 낙인이 찍히게 된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성경적인 진정한 복이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 예수님의 복에 대한 선언(마태복음 5장)은 세상적인 복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마음이 가난하고, 애통하고, 온유하고, 의에 굶주리고, 긍휼하고, 마음이 깨끗하고, 평화를 이루고, 의를 위해서 핍박받는 사람 자체가 복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시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현 한국교회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과 복의 선언을 한번 반추해 보았으면 한다.



최효녀 장로 / 여전도회전국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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