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여성,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를 선택하다"

[ 선교여성과 교회 ] 한국교회사에 나타난 전도부인 ②

김은정 박사
2022년 02월 23일(수) 15:32
지난 2월 8일 옥합선교회 이사회는 세계선교를 위해 합심 기도했다. / 한국기독공보 DB
이 연재에서는 미국 북장로회 여선교회들이 연합으로 발행한 선교잡지 'Woman's Work for Woman'의 1885년부터 1921년까지 한국 관련 기사들과 초기 여선교사의 개인보고서를 기초 자료로 삼아 전도부인의 초기 역사를 재구성한다.

미국북장로회 전도부인을 연구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이들에 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북장로회(이하 북장로회)는 구한말 조선에 가장 먼저 정주(定住)선교사 알렌 부부(Horace N. Allen, Frances Allen)를 파송한 교파로서 한국 선교현장을 선점하고 장로교회를 한국의 주류 교파로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전도부인과 관련해서 통계적 자료 외에는 그다지 연구된 바가 없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에서 전도부인 연구의 기초자료로 만들어진 '한국교회 전도부인 자료집'은 해방 전 활동한 전도부인의 이름 중심으로 지역과 교파, 인적 사항을 여러 초기 기독교 자료에서 수집해서 모았는데 여기에 나타난 장로교 전도부인의 숫자는 감리교의 1/3 수준이며, 성결교보다도 적다.

북장로회 한국선교회의 통계에는 그 숫자가 감리교보다 많이 나타나는데 이름으로 찾으면 더 적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 자료집이 남긴 의문점은 장로교가 가진 구조적 특징을 알아야 풀어나갈 수 있다.

우선 장로교는 중앙에서 파악할 수 없는 자생적 지역교회가 많았고, 자치의 전통이 일찍부터 수립되었다. 총회록이나 신문 기사에 없는 전도부인의 이름이 지역교회의 역사나 당회록, 제직회록, 노회록에 있다. 또 여성사업의 경우는 여선교사가 총괄하다 보니 교회 기록물에서 빠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여선교사의 개인보고서 속에서 전도부인의 구체적인 면면과 활동을 찾아 대조하고 보완할 수 있다.

미국 남북 감리회가 여성사업을 교단 해외선교부와 별도의 예산과 계획을 가지고 진행한 것에 비해서 미국 남북 장로회는 여성사업이 본부의 선교사업에 종속되어 있었다. 그래서 상위 기관의 보고서에는 숫자로 처리되지만 하위 단위로 내려갈수록 풍성한 기록이 있다. 필기체로 기록된 초기 여선교사의 개인보고서는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은 기록의 창고이다.

현대 역사학은 역사 속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여성을 다루기에 용이한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치와 경제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딱딱하고 거시적인 역사에서 점차 문화적 요인과 개인의 선택을 중요하게 보고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를 재현해내는 미시사적 방법론이 발전하고 있다.

사회구조가 인간의 활동과 전반적인 삶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보았던 구조주의적 역사관 속에서 여성은 불의한 구조의 희생자로 그려지기 십상이었다. 반면 미시사를 통해서 작은 마을, 제한된 인간관계 속에 있었던 평범한 여성이라도 자신의 삶을 위한 '선택'을 했고, 관계망 속에서 가능성의 영역을 확장해왔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문화적 월경(越境)을 경험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가능성과 선택의 기회를 더 뚜렷이 관찰할 수 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근대문명 전환기에 살았던 전도부인들은 이주를 하지 않았지만 서양선교사와 만나면서 이주와 같은 경험을 하고, 순회 여행과 사경회 참가를 통해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고 서로 다른 삶의 상황과 기회에 노출되었다.

미시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이 평범한 여성들의 선택 뒤에 있는 동기와 일상전략이 무엇이었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이 연재에서는 한국 여성들이 서양에서 들어온 새로운 종교인 기독교를 선택한 동기와 신앙 형성 과정을 전도부인이라는 창을 통해 탐구하고자 한다.



김은정 박사 / 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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