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자원을 세상과 나눔

[ 울타리넘는문화심기 ]

이재윤 목사
2022년 02월 16일(수) 10:00
모두가 아픈 시대이다. 몸과 마음의 병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참 많다.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교회가 가진 풍부한 문화적 자원을 세상과 나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음악, 미술 등의 문화예술 작품을 통해 큰 위로를 얻는다. 이러한 차원에서 세상 속으로 들어가 하나님의 위로를 전하는 크리스찬 예술가들이 많다.

NGO단체 이노비는 병원, 복지관 등의 환자 장애인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찾아가는 콘서트를 연간 수백회이상 15년째 해오고 있다. 미국 중국 한국 등에서 이를 통해 많은 아픈 이들이 위로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도 버림받은 중증 장애 아동들의 시설에 가서 음악콘서트를 하면 그 곳의 스탭들이 놀란다고 한다. '우리 OO이가 웃고 있어요!' 중증장애를 갖고 있기에 일반인들은 알 수 없지만 부모와 같은 그곳의 스탭들은 아이들이 음악을 듣고 기뻐하는 것을 알아보고는 감격하는 것이다.

이노비의 사역은 외적으로 종교색을 띄고 있지는 않다. 요즘처럼 종교 중립성과 공공성을 중요시하는 시대에는 특정 종교단체의 색을 전면에 강조하면 병원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공연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문화콘텐츠로서는 소통이 가능하다. 이 콘서트는 클래식 뮤지컬 대중가요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음악가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이어지고 있는데, 그들의 80%는 크리스찬, 10%정도는 가톨릭신자라고 한다. 사실은 크리스찬들이 세상을 섬기려는 선한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단체의 강태욱 대표 역시 예장 통합 교단인 대치동교회에 3대째 믿음의 가문에 속한 크리스찬이다. 미국에서 처음 이 단체를 기도하면서 만들었을 때, 예수님의 마음을 많이 생각했다고 한다. 예수님은 '네가 기독교로 개종하면 병을 고쳐주겠다'고 하신 적이 없듯이, 우리도 아픈 사람이 있으면 그저 음악으로 치유와 위로를 전해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기독교문화'라고 하면 기독교인들이 즐기기 위한 다시 말해 내적 소비를 위한 기호품정도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세상을 섬기기 위한 도구로 쓰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귀한 사례이다.

또 소개하고 싶은 사례는 랩으로 청소년들을 치유하는 서종현 목사의 사역이다. 그는 젊은 시절 홍대클럽 등에서 힙합을 하며 거친 삶을 살다가 예수님을 뜨겁게 만나고 목사가 되었다. 그리고 복음을 랩에 담아 CCM힙합 음반을 발표하여 청소년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해왔다. 그런데 현장의 청소년들을 만나다 보니 그들의 아픔이 너무나 크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 속에는 방치된 청소년들이 더욱 많았다.

그러한 계기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랩과 힙합을 통해 청소년들의 아픔을 보듬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청소년에게 '왜 왔느냐'고 묻지 않는다고 한다. 아파서 온 걸 아니까. 그렇게 자신의 스튜디오를 '한국문화심리연구소'로 등록하고 마이크 앞에서 아픔을 토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치유의 도구를 연구했다. 그리고 그가 설립한 '한국문화심리연구소'는 최근 보건복지부의 심사로 최초의 랩음악치료자격증을 발부 할 수 있는 기관이 되었다.

이 시대에 아픈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과의 접촉점이 될 수 있는 '랩'이라는 문화를 통해 상처를 치유한다면 그것은 바로 예수님이 하신 사역의 길 아니겠는가. 이 모든 일은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공공의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심사를 받았고 한국소년보호협회 등의 기관과의 협력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문화'라는 접촉점을 통해 세상의 아픔을 치유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참 많다. 일견 기독교문화가 위축되고 있는 것 같을 지라도, 세상 속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문화사역자들이 많이 있기에 아직 희망이 있다.



이재윤 목사/기독교문화공간 나니아의 옷장 대표·주님의숲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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