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는 성도, 화나는 목사

[ 목양칼럼 ]

박기홍 목사
2022년 01월 26일(수) 08:15
목회 현장에서 화(火)를 이기지 못해 분노조절장애(IED)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쉽게 만나게 된다. 잘 아는 목사님이 섬기시는 교회 안에도 그런 분이 계시다. 중요한 직분을 가진 분이 매 번 회의할 때마다 화를 이기지 못해 함께 동역하는 분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너무 답답한 나머지 그 착한 목사님을 화나게 한 것이다.

우리 기독교는 회의 하는 종교라고 할 만큼 사역을 위해서 수 없는 만남과 대화가 이루어진다. 서로의 감정을 상하지 않고 한 마음으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교회의 본질적 사역을 흔든다면 사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목회 현장에서 성도들이 화내는 요인들을 크게 나누어 보면 이렇다.

첫째 무시, 둘째 비판, 셋째 편견, 넷째 고통, 다섯째 결핍 등이다. 성도들은 자신이 하찮게 여김을 받거나 깎아 내리는 경험을 할 때, 인정받지 못하고 공격을 당할 때, 고정 관념이나 편견을 품고 대할 때, 부당한 대우나 원하지 않는 상처를 입을 때, 필요를 채움 받지 못할 때 분노를 표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화내는 것을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심리학자 베가 존슨 박사는 분노 자체는 오히려 중립적인 감정으로 본다. 선한 것도 나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분노는 선용될 수도 있고 오용될 수도 있다. 불의에 대한 분노는 상황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 소용되기도 한다.

한편 분노는 파괴적이고 해로울 수 있다. 개인의 건강을 헤치며 자기가 참여하고 있는 공동체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분노가 일방적으로 '나쁜 것이다', '위험한 것이다', 심지어 '죄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분노를 잘 이해하게 되면 좋은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도들이 분노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인정, 존중, 이해, 치유, 공급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지혜롭게 그들의 소리에 반응해야 한다. 분을 내려 놓을 때 진정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역을 잘 감당하게 될 것이다. 필자도 역시 오랜 목회 생활 속에 내 안에 겹겹이 쌓인 분노를 보게 된다. 내가 많이 아프다. 분노를 담은 나의 마음을 하나님 앞에 열어 놓는다. 나 자신 또한 위로부터 내리시는 하나님의 위로와 치유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강준민 목사는 분노가 일어날 때 네 가지 질문을 던질 것을 제안한다.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 첫째, 왜 내가 화를 내는가? 둘째, 내가 누구를 위해 화를 내는가? 셋째, 내가 화를 내서 무엇을 얻기 원하는가? 넷째, 내가 그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보게 된다. 목사는 소통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분노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감추어진 생각을 깨달을 때 거기에 참 평화가 임할 것이다.

오늘 새벽도 나의 분노를 하나님 앞에 내려놓고 성도들의 필요를 기도한다.



박기홍 목사 / 가재울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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