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가치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22년 01월 19일(수) 22:13
지난해 11월에 언론에 보도된 내용 때문에 우리 사회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 미국에 있는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조사해서 발표한 '전 세계 선진국을 대상으로 삶에서 가장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문조사 한 내용이다.

설문 대상은 17개국 성인 1만 8850명으로, 조사 결과 응답자들이 삶에서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으로 '가족'을 꼽았다. 응답자의 38%가 이에 답을 한 것이다. 10명 중 4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가족'을 삶의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면서, 그 안에서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국가별로 보면 17개 국가 중 14개 국가의 국민들이 '가족'을 삶에서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한 반면에, 3개 국은 가족 이외에 다른 것에서 삶의 가치를 찾았다. 이 3국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다. 다른 두 국가는 대만과 스페인이다. 대만은 '사회'(38%), '물질적 행복'(19%)을 꼽은데 이어 '가족'(15%)을 세 번째로 꼽았으며, 스페인의 경우는 '건강'(48%), '물질적 행복'(42%), '직업'(40%)에 이어 '가족'(36%)를 네 번째로 꼽았다.

'가족'을 3순위로 꼽은 우리나라가 1순위로 꼽은 삶의 가치는 '물질적 행복'(19%)으로 17개국 중 유일하게 물질적 행복을 삶의 최고의 가치로 꼽아 결과에 대한 사회적 해석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조사는 '당신이 삶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주관식으로 질문하고 답을 얻은 후, 물질적 행복, 건강, 가족, 사회, 자유, 일반적 만족, 직업 등 19가지의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분석했다.

특히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 응답자(1006명) 10명 중 6명이 넘는 인원이 단답으로 응답(다른 국가는 한개의 답변만 제시한 응답자가 평균 34%)하는 특이 상황으로 나타났으며, 물질적 행복에 이어 2위는 건강(17%), 3위 가족(16%), 4위 일반적 만족감(12%), 5위 사회.자유(각각 5%) 순으로 꼽았다.

또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우리나라는 '직업'을 일곱 번째로 올려 1위로 꼽은 '물질적 행복'과 거리를 보이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났다. 다른 나라의 경우 대부분 '직업'을 2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는 일단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각이 다른 선진국과는 삶의 가치 평가가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14개 국가가 삶의 행복을 '가족'에서 누리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를 뒤로 미루고, '물질(경제)'에 삶의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이 색달라 보인다.

우리나라의 전통 가족 구조는 씨족 중심의 대가족에서 부부 중심의 핵가족을 넘어 현재는 1인 가족으로 전환하면서 전통 가족이 붕괴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가족의 소중함이 점점 더 흐려지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가족간의 끈끈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가족 행사나 명절에 대한 생각도 이전과 같지 않다.

그런데 이번 조사 결과에서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물질'에서 최대의 행복을 찾고 있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입(경제적)의 원천인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뒤로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경제적인 부를 누리기 위한 수단으로 직업을 선택할 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직업)에서는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먹기위해 일할 뿐'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대목이다.

한국교회는 최근 들어 가족 중심의 신앙생활을 강조하고 있다. 가족에서 삶의 가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는 기대해 본다. 그동안 교회가 가족을 갈라놓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평일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각의 생활로 바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일터로, 자녀들은 학교와 학원으로, 성장한 자녀들은 그들만의 삶의 공간에서 생활한다. 그런데 주일에도 교회에 오면 자녀들은 교회학교로 부모들의 각각의 활동 영역에서 뿔뿔이 흩어져 하루를 생활하고 지친 몸으로 귀가해서 다음날을 준비하기에 바쁘다.

'물질에 행복'에 두고 있는 가치(행복) 기준을 '가족' 중심으로 옮겨 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현대 우리 사회의 흐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미 우리 사회는 1인 가구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으로 돌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가족'이 삶의 가치로 인정되는 방법을 무엇일까? 함께 찾아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박만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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