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총·NCCK, 장애인 이동권 보장 위해 '한 목소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 현장 방문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방안을 마련하라' 공동성명 발표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2년 01월 05일(수) 18:47
1년 중 가장 춥다는 절기상 '소한'인 5일 아침.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종로구 혜화역사에 한뜻을 품은 사람들이 모였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출근 시간이지만,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석한 것이다. 오늘로 23일째. 연초 누군가는 희망찬 기대로 새해를 출발했지만, 시위자들은 '장애 해방'의 세상을 위해 기약 없는 한 해의 여정을 시작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명희 조직 실장의 사회로 시작한 시위는 장애인들의 아픔에 공감한 이들로 뜨거웠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 공동대표회장 김기남 목사와 이상문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가 참석해 보수, 진보 구분 없이 한목소리를 냈다. 새해 벽두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귀 기울이기 위한 연합기관 대표들의 따뜻한 협력에 시위 속 장애인들은 '첫 손님'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는 "누구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 실현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장애인들은)심각하게 차별을 받아 왔다"며, "기본 권리인 장애인 이동,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이동권의 문제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한국교회와)목사님들께서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역사 내 시위가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는 불법행위로 간주 돼 서울교통공사가 손해배상 3000만 원까지 청구했다"며, 한국교회가 이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하는데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위대 보다 수 배 많은 경찰 병력 사이로 휠체어를 타고 역사 내에 자리 잡은 장애인과 교계 지도자들은 '2025년까지 저상버스 100%설치', '장애인평생 교육시설과 장애인탈시설 예산 확보'등과 관련한 피켓을 들며 1시간가량 정부의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대표는 장애인들의 외로운 시위를 위한 한국교회의 방문에 감사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없었지만 12월 6일부터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등의 제정을 위한 시위를 하면서 비난과 함께 관심도 받았다"며, "목사님들의 지지와 방문에 감사드린다. 이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고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면서 지역 사회 안에서 차별을 멈추는 것이 모든 국민이 변화되는 것"이라며 장애인 인권과 권리 보장을 위한 시위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지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 한교총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하나님의 나라이다"며, "당국자와 위정자들이 장애인의 정당한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는 온전한 기본법들을 속히 제정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부 정책 마련과 예산 책정은 배려가 아닌 장애인들의 정당한 권리"라고 목소리를 높인 류 대표회장은 "(장애인)여러분의 투쟁은 여러분의 편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 우리 사회를 건강한 공동체로 만들어가기 위한 거룩한 선행"이라며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함께 당국자, 위정자들을 찾아 면담하고 여러분의 아픔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격려했다.

이어 발언한 NCCK 이홍정 총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힘써온 전국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희생과 헌신에 공감하며 연대를 표명한다"며,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장애인들을 특별한 공간에 격리하고 수용해서 관리하는 사회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일상의 삶을 자유롭고 평등하게 공유하길 원한다"며 이를 위한 이동권, 생존권 보장 등은 선제적 해결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 총무는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갈 신앙공동체를 위한 한국교회의 변화도 촉구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신앙 공동체가 되기 위해 신앙 의식을 깨우고, 시설도 장애인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역사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한편 이날 시위 중에는 방문단을 대표해 한교총 공동대표회장 이상문 목사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자들에게 격려금을 전달했으며, 김기남 목사가 한교총과 NCCK 공동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양 단체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방안을 마련하라' 제목의 성명을 통해 "한국교회는 장애인들이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위 속에서 이동권과 자립생활을 위한 관련 법 제정을 호소하고 있음을 목도하면서 국회와 정부, 지자체를 향해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며, "한국교회는 장애인들을 비롯한 작은 자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이들의 외침과 함께 하며, 정부의 장애인인권권리보장법 즉각 제정, 저상버스 100% 도입과 도시철도 역사 엘리베이터 1대 이상 설치, 장애인 자립생활 위한 지원 제도와 예산 마련, 서울교통공사의 부당한 손해배상 청구 취하 등의 의미 있는 행동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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