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삶이 아닌 일상

[ Y칼럼 ] 신동수 청년 ①

신동수 청년
2021년 12월 30일(목) 19:13
11월 24일 목요일 새벽 6시 30분, 작은자를 위한 김장봉사를 위해 해남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필자가 출석하는 세우는교회의 담임목사님과 전국 각지에서 모인 권사님들과 동행하게 됐다.

평소 같으면 이 시간에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첫 발걸음은 가락시장이다. 아침 가락시장은 새벽부터 경매와 장사로 분주했던 상인들이 가게를 정리한다. 이때, 나는 카트를 빌려 여러 가게들을 돌며 각종 채소나 작물들을 도네이션(기부) 받는다. 가끔씩 커피를 권하거나, "삼촌"이라 부르며 준비한 물건을 챙겨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이 도네이션은 할 때마다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 지난번 물건을 주셨던 곳에서 물건이 없으면 생각지 못한 곳에서 채워주기도 하고, 같은 가게이더라도 그날그날 다른 물건을 주시기도 한다. 특별히 필요한 물건이 도네이션을 통해 채워질 때 그 감사와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은혜를 경험하는 이유가 있다. 매주 동대문의 쪽방촌을 섬기는 등대교회에 반찬을 만들어 후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매월 100키로 김치를 지원함으로써 노숙인들에게 김밥과 라면을 베푸는 사역에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이유도 있다. 이분들의 김밥 사역은 우리 공동체의 '김밥팀'이 6개월간 가르쳐드린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김밥을 만들고 판매해 자립할 수 있었고, 그 힘으로 전에 자신들과 같았던 노숙자들을 돕는 데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우리팀의 김밥교육과 도네이션, 그리고 김치 후원이 등대교회의 새로운 사역의 발판과 지속적인 힘을 전할 수 있음은 하나님의 큰 섭리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런 하나님 사역의 걸작품의 시작은 바로 그 '김밥팀'이다.

김밥팀은 새벽 4시부터 김밥을 만들고, 이 가락시장에 아침 일찍 나와 수고하시는 상인들에게 김밥을 판매한다. 김밥팀은 3~4명이 함께 사역을 하는데, 단지 수익보다는 팀워크를 키우고, 장차 선교지에서의 사역을 준비하며, 더 깊이는 이 팀이 어디 가서도 김밥을 가르치고 그들이 홀로 서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이제 가락시장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김밥팀과 함께 우리 공동체의 중심 사역지인 "꼬망쎄" 도시락 카페로 이동한다.

꼬망쎄에 도착하면 셰프님들이 국도 끓이고 음식재료들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도네이션 받은 물건을 내리고 매장을 청소한다. 그리고 9시 30분, 꼬망쎄의 모든 인원은 한 자리에 모여 큐티나눔과 기도를 한다. 약 30분의 이 시간은 아무리 바쁜 와중에서도 빼먹지 않는다. 그 후, 점심에 나갈 도시락을 포장하고 직접 배달한다. 나는 주문량에 따라 보통 세군데 정도 배달을 하는데, 자전거를 이용해 멀리는 20분 거리에 있는 곳까지 배달을 하곤 한다.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 점심 배달까지 쉼 없이 달린 후, 우리 도시락 카페에서 점심 식사를 풍성하게 먹는다.

평소 같으면 이랬을 텐데, 이 날은 해남까지 버스에 앉아 잠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



신동수 청년 / 세우는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