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신드롬... 기독문화는 '딴 세상'

[ 2021년 결산 ] 기독문화계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12월 22일(수) 23:04
올 한 해 가장 빛났던 알파벳을 꼽으라면 단연 'K'다. K-팝, K-무비, K-드라마, K-웹툰, K-푸드 등 한국발 K-콘텐츠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대중문화계가 K-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힘입어 승승장구한데 반해, 기독교 문화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K문화의 선두주자인 BTS(방탄소년단)가 'Butter'로 10주간 정상을 차지하며 올해 가장 긴 1위를 기록했고, 아시아 가수로서 최초로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AMA(American Music Awards,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인 올해의 아티스트상(artist of the year)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기독교음악계는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기독문화기자단 씨씨플러스(CC+)가 지난 17일 개최한 기독문화계 결산 세미나에서 박철순 워십빌더스 대표는 '바닥을 쳤다'고 표현할 정도로 올해의 기독음악계는 '가장 혹독한 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예배 사역이 축소되고 오프라인 찬양 집회가 중단되면서 사역자들은 설 자리를 잃었고, 크리스찬 관객들도 현장에서 사역자들과 음악으로 교감하는 무대를 즐기지 못한 탓이다.

음반(CD)시장도 거의 사장되는 분위기다. 음악소비가 디지털 음원을 스트리밍하는 방식으로 급속하게 바뀐데다가, 현장사역이 중단되면서 음반 판매의 판로가 막혔다. 그러나 기독교 음반 시장에서 '예배음악'은 건재했다. 예배사역자 위러브 마커스워십 제이어스 히즈윌 등 예배음악 앨범이 일 년 내내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위러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얻으며 찬양영상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모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연계도 우울했다. 지난 2010년부터 기독교 가치관을 담은 작품을 공연한 북촌아트홀이 뮤지컬 '천로역정 시즌 10'을 끝으로 2022년 3월 문을 닫는다. 북촌아트홀 김창대 대표는 "2013년 시작된 천로역정은 그동안 한 시즌도 중단없이 지금까지 9년동안 약 1500회공연을 해왔다"면서 "13년동안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제작했던 북촌아트홀에서 마지막으로 진행되는 공연인 만큼 더욱 많은 분들이 보러 오셨으며 좋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동안 20여 개의 창작극을 선보이며 기독공연의 명맥을 이어온 북촌아트홀은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이 취소되면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안고 사역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문화선교연구원이 지난 2일 개최한 2021 문화포럼에서 'K-콘텐츠 열풍과 한국교회의 과제'를 강연한 윤영훈 교수(성결대)는 "2021년 K콘텐츠의 성과는 놀랍다. 다양한 분야의 K-콘텐츠의 성취는 매년 경신되고 갱신되는 진화를 보게 된다"면서 "이제는 거의 모든 일상에 'K'를 붙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한국 문화의 전방위적 세계화를 목도하게 된다"고 말했다.

올 한해 가장 핫한 K-콘텐츠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다.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흥행에 성공한 시리즈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국교회를 향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세계화'되는 역효과가 났다는 우려도 있다. 강도영 소장(빅퍼즐연구소)은 "대중문화가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다루는 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이 갖고 있는 상식 선에서 그려진다"면서 "감독이 2009년 대본을 완성하고 10년 넘게 묵혀놨다가 2019년부터 제작에 들어갔는데도 한국교회의 이미지가 그대로 전달된 것은 한국교회가 깊게 생각해 볼 만한 과제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 장기화로 OTT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D.P, 킹덤, 지옥 등 이른바 K-무비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거뒀지만 K-기독무비는 빛을 보지 못했다. 기독교적 가치를 담은 전 세계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서울국제영화제가 18년 만에 처음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온라인영화제는 공간의 한계는 벗어났지만, 현장성을 포기해야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를 통해 혐오와 배제를 극복하자는 의미를 갖는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도 조용하게 막을 내렸다. 애니메이션 영화 '십계', 유대 기독교인을 소재로 한 '사비나:그리스도를 위한 고난, 나치시대', 이도종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제주도 출신의 최초 목사 이도종' 등이 개봉했지만 역시 큰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소셜미디어와 같은 뉴미디어가 급속하게 성장하는 가운데 총 34만여 명의 팔로워 수를 보유한 교계의 대표적인 소셜미디어 채널 '교회친구다모여'가 뉴미디어를 활용해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문화콘텐츠를 선보이며 기독교 문화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했다. 특히 MZ세대에게 신드롬처럼 번지고 있는 자기 유형화의 경향성에 대응해 크리스천들만 공감할 수 있는 '크리스천 성격유형 테스트'가 큰 호응을 얻었고 웹애플리케이션 '처치포얼스'(Church for Earth·이미지)에서 온라인에서 환경운동을 펼치며 교회의 공공성과 사회의 공적 책임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새 유튜브 채널 '원 소울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단 한 사람을 위한 콘텐츠'를 통해 위로를 전하는 맞춤설교 콘텐츠는 큰 반향을 일으키며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여전히 교회가 뉴미디어 활용에 적극적이지 못하며 활성화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코로나19로 기독문화계는 올해도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예배와 선교가 위축되고 덩달아 찬양집회와 공연도 취소됐다. 사역자들은 설 자리를 잃었고 일상에서 기독교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다.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면서 그나마 개봉한 영화마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기독교 영화제도 온라인으로 전환돼 아쉬움을 남겼다. K-콘텐츠로 한국대중문화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아쉽게도 K-기독문화는 오랜 위기를 벗어나지 못한 채 한 해를 마무리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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