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이 일꾼 되다

[ 목양칼럼 ]

박남주 목사
2021년 12월 22일(수) 08:22
성경은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엡 5:18)고 말씀한다. 술 취하는 것과 성령으로 충만받는 것에는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중에 가장 핵심적인 것은 몸의 주인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알코올이 주인 된 사람은 술기운으로 생각도 하고 말도 하고 행동도 한다. 그러나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은 사람은 거룩한 성령에 취하여 지배를 받아 알아간다.

우리 교회 한 집사는 무주 사람이 다 아는 술고래였다. 초등학교 교사였기에 지역주민들이 익히 알고 있는 터이지만, 이 분은 남다른 열정과 재능으로 시골학교에 농악부를 만들어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여 대통령상까지 받을 정도로 능력이 남다른 사람이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퇴근한 후에는 매일 술에 취해 살아갔다. 심지어 전봇대에 옷을 벗어 걸쳐놓고 그 밑에 누워 잠을 잘 정도로 술에 이끌려 살던 사람이었다. 아마도 첫 아들을 8살 때 사고로 잃은 까닭에 그토록 '술태백이'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무주 사람들은 그 분의 술 취한 모습을 매일같이 보았기에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분이 우리 교회에 나와서 아내를 따라 신앙생활하면서 점차 삶이 바뀌어갔다. 옛날에는 아내를 타박하고 날마다 힘들게 함으로 아내가 성경공부시간에 고백하기를 '깍두기 먹을 때 보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 물어보았더니 나이 들어 이가 다 빠져 깍두기도 제대로 씹어먹지 못할 때 복수하리라 다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분이 교회 나오면서 사람이 새로워졌다. 가정에서 설거지 청소 빨래 등 아내를 도울 일이 있으면 최대한 노력한다.

심지어 출근하는 아침에도 설거지를 해놓고 갔다. 또한 밖에 나와 있다가도 비가 오면 빨래를 걷으러 집으로 달려가곤 하였다. 교장으로 은퇴한 뒤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서 교회에서는 찬양대 지휘자로 또한 남선교회 회장으로 충성하는 중에 안수집사를 거쳐 장로까지 되었다.

모든 예배 참석은 물론 금요심야기도회, 새벽기도회 어느 것 하나 빠짐이 없다. 그 뿐 아니라 교회 옆 텃밭에 온갖 야채를 재배하여 성도들에게 방울토마토, 오이, 상추, 가지, 유자, 고추, 배추, 무 등을 무상으로 공급해준다.

그렇게 섬기는 중에 아들은 광나루 신대원에 들어가 공부하며 교육전도사로 사역하고, 딸도 신학교를 마치고 우리 교회 교회학교 교육전도사로 섬기고 있다. 그 열정이 대단하여 결혼하여 제주도에 살고 있어도 매 주마다 비행기를 타고 남편과 함께 교회에 와서 사역하고 있다.

그 장로님과 권사님은 자식의 친구들이 토요일이면 몰려오는데 대전에서까지 와서 그 집에서 먹고 자고 교회봉사를 하도록 사랑으로 섬기고 있다. 내 자식 돌보기도 쉽지 않은데 그 친구들까지 기쁨으로 섬기고 있다. 딸이 청주공항이나 대구공항으로 오고 가기 때문에 열심히 데려오고 데려다주고 토요일 주일은 누구보다 바쁘다.

어떻게 그렇게 사랑으로 섬길 수 있을까. 사람의 힘으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일이다. 매일 새벽마다 뜨겁게 기도하며 성령충만을 사모하는 부부이기에 남다른 섬김과 헌신이 가능한 것 같다.



박남주 목사 / 무주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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