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의 회복과 주변이야기

[ 주간논단 ]

이광천 장로
2021년 12월 21일(화) 08:23
 우체부를 통해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은 때가 도대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잘 떠오르지 않는다. 평소에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보통 40~50장 정도의 카드를 준비하고 정다운 친구와 존경하는 어른들에게 정성 들여 편지를 써서 결핵퇴치 기금인 크리스마스실까지 붙여 보내던 그때만 해도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은 한동안 내 마음을 따뜻하고 푸근하게 해주었다. 그것은 한 자루의 촛불을 켜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그런 심정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즐겨서 사용하고 있는 카드는 무엇인가? 소위 전자카드이다.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어디서 보내왔는지 모를 사진이나 그림 카드 한 장에다 집단으로 친구들이나 어르신들의 이름을 써서 한꺼번에 날려보내는 것으로 할 도리를 다한 양 하는 그런 성탄절을 우리가 보내고 있으니 도무지 성탄절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젠 시대가 달라졌으니 이 시대의 카드는 이런 것이라고 치부하고만 있을 것인가. 종전까지의 방법은 아날로그 방식이고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니 의당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할 것인가. 그리고 시대가 달라지고 문화가 달라졌으니 그에 따르는 것이 발전이고 도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가. 아무리 생각을 거듭해도 그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전처럼 다시 크리스마스 카드를 준비하여 우편으로 보내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에서 카드를 구입하려 했지만 전처럼 카드가 아무데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기독교 서점에나 가야 구입할 수가 있었고 결핵퇴치 운동에 동참할 생각으로 크리스마스 실을 찾았으나 그것은 큰 우체국에나 가야 구입할 수가 있다고 했다.

우선 이것만이라도 옛날처럼 바로 잡아 나가야 할 것이니 다소 얼마간 시간이 걸려야 할 일인 것 같다. 그래서 그전처럼 누구나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절대로 과거로 회기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그것이 우리의 정신세계에 보다 더 유익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혹시나 하여 총회장을 역임한 어느 목사님께 여쭈었더니 자신은 지난해만 해도 100여 장의 카드를 받았다고 해서 필자는 적이 놀랐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요즈음 받은 카드가 다소 교계의 정치적인 색이 깃든 것이라고 덧붙이셨다.

잊혀지지 않는 크리스마스의 풍습에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교회에서 꼬박 밤을 새우고 새벽녘에 교우들의 집을 일일이 찾아 '구세주 탄생했으니'하고 소리 높여 예수님의 탄생을 널리 알리는 새벽송을 나가는 일이었다. 지금도 이런 새벽송을 하고 있는 교회가 더러는 있다지만 그전처럼 많은 교회가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교회의 이런 새벽송은 믿지 않는 사람들의 단잠을 깨운다는 빈축을 사는 폐단이 있어서 삼가고 있지만 이 새벽송이 결코 우리의 신앙생활에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새벽송도 다시금 회복이 되었으면 싶다.

그리고 이 크리스마스의 계절에 우리 모두가 꼭 기억을 하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여럿이 있다. 무엇보다 그 무렵 베들레헴 들녘에 많이 있었던 양치기 목자들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그들은 예수께서 탄생하신 그 밤에 별이 비추고 있었던 말구유를 찾아와서 아기 예수님께 경배를 드렸던 갸륵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저 높은 하늘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던 신령한 천군천사들의 합창소리를 보고 들으며 달려 온 사람들이다. 또 기억해야 할 사람들 중에는 동방박사로 널리 알려진 페르시아의 현자들이 있다. 낙타를 타고 별을 따라 달려와서 아기 예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바쳤던 인물들이다.

그뿐이 아니다. 크리스마스의 이 계절에 우리 모두가 꼭 기억을 해야할 인물 중에는 평생 예루살렘의 성전을 떠나지 않고 밤이나 낮이나 오직 아기 예수님 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시므온 할아버지와 안나 할머니가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성탄절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비롯한 모든 일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한층 더 클 것이다.



이광천 장로 / 경천교회, 한국교회역사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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