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일치 강조해 온 한교총 총회 '정회'

대표회장 회의 중 정회 선언으로 사실상 파행
연합기관 통합 추진과 반하는 행보로 교회 위한 논의 못 해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1년 12월 02일(목) 17:42
한국교회 보수 연합기관 통합을 추진해 온 한국교회총연합의 정기총회가 대표회장의 예상치 못한 정회 선언으로 사실상 파행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예배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에 한국교회의 일치된 역할이 절실한 상황 속에 한국교회와 성도들을 위한 실제 논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5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정기총회 정회와 관련해 연합기관 통합을 추진해 온 대표회장의 정회 선언에 황당한 반응을 내비쳤다. A 총대는 "초등학교에서도 이렇게 회의 진행은 하지 않는다. 동의와 재청이 나왔고 이견이 있는 안건은 미루자는 대안까지 제시했지만, 토론 중 갑자기 정회를 선포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코로나로 어렵고 힘든 가운데 대안 마련이 절실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의 정기총회가 일방적인 정회로 파행된 것은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분노했다.

실제 회의 석상에서도 많은 대의원이 대표회장의 정회 선포에 강력히 항의했지만, 대표회장은 "욕해도 좋다. 회의 진행을 잘하려고 했다"며 추가 발언하는 대의원을 향해 "말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세요"라고 답변하는 모습까지 내비쳐 아쉬움을 남겼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 대표 체제 개편 인사와 관련한 정관개정에 대한 이견과 토론, 부실한 자료 준비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긴급히 정회해야 할 만큼의 필요성과 질서를 유지할 수 없을 만한 사단(事端)이 발생하지 않아 하자가 없었다는 것이 대의원들의 입장이다.

이 같은 여론 때문인지 정회 선언 후 본인의 입장을 밝힌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는 일부 회의 진행의 미숙함을 시인했다. 그는 "몇 사람 모이는데 이대로 계속 두면 갑론을박이 계속된다.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고 원칙에 위배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며, "정치적 작업을 조금 해야 한다. 사람을 죽이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수긍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관개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거는 사람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한국교회를 위해 설득해서 같이 가도록 해야 한다. (동의 재청 표결 묻지 않은 것은) 회의의 미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개회예배에 이어 회무처리에 들어갔으나 한 차례의 회의 중단에 이어 정회로 2시간여 만에 끝났다. 정회된 정기총회와 관련 총회 관계자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라고 하기에는 회의 진행뿐만 아니라 절차와 준비도 미숙했다. 정기총회 준비가 제대로 되어 불협화음이 없고, 존경받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총회가 되도록 현 집행부는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라며, "속회까지의 기간이 길어지면 정회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기총회가 신속히 속회되어야 오해도 없고 사회적 비난 또한 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교총은 이날 임원개선을 비롯해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한국교회의 연합 사업과 예산 등을 심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정회로 단 한 건의 안건도 다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종교문화자원보전,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사립학교법 등을 위한 활동, 코로나19에 대한 교회적 대응 등 중요한 한국교회 연합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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