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지 목사였다

[ 목양칼럼 ]

이민수 목사
2021년 12월 08일(수) 08:25
홍천중앙교회에 부임하기 전 담임목사에게 교인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았다. 그래도 있을 만큼은 있다고 대답하여서 더 이상 자세히 물어보지는 않았다.

막상 와보니 장년부 8명이 전부였다. 그렇다 보니 사례비도 적어서 도시교회들이 목회자의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생활비만 문제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교회 건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서울의 두 교회에서 건축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하였지만 그 당시 교회 부지는 지적도상 도로 예정지로 되어 있어서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해야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차일 피일 미루던 차에 교역자가 바뀐 것을 빌미로 한 교회는 다른 곳에 기념교회를 지었고, 또 다른 교회는 교회까지 직접 찾아가 새로 부임한 목사라고 인사 드렸지만 솔직히 토지 매입과 교회 건축 모두는 부담스러우시다며 교회 부지만 본 교회에서 마련하든지 아니면 교회 수리를 대신 해 주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성전 건축 문제를 놓고 오로지 두 교회만 바라보고 기다리다가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교회 주변에는 아파트가 완공되고 입주하면서 많은 분들이 우리 교회에 왔다가는 '판잣집교회'의 열악한 시설과 열 명도 채 안 되는 교인을 보고는 이런 교회에서 무슨 재미로 신앙생활을 하느냐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 버렸다.

그러다보니 오직 노인 한 가정만 등록을 하였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내로라할 만한 교회들에게 성전건축 후원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한 교회도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성전 건축 대신 성전 수리 요청으로 또 다시 수많은 교회에 공문을 보냈다. 그 결과 청년부 시절 신앙생활을 했던 모 교회 선교부 장로님이 방문하시고는 희망이 있는 교회라고 판단하셨는지 과감히 수리비를 지원하여 주셔서 열악한 교회에서 그럴듯한 교회로 변화할 수 있었다.

어느덧 부임한지 4년이 흘러 교회가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였던 어느 날 내 자신을 뒤돌아보다가 불현듯 깨닫고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다. 하나님의 종으로서 하나님께만 기도 드려야 함에도 이 교회, 저 교회 큰 교회를 바라보며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내 모습이 바로 구걸하는 목사로서 거지목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나의 모습에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음 주일날 교인들에게 "홍천중앙교회에서 사역을 하면서 미자립교회인 것을 자랑이나 하듯이 큰 교회들에 공문을 보내 도와달라고 하는 내가 바로 거지목사였습니다"라고 고백하였다. 그리고는 그 다음 해부터 자립을 선포하고 그동안 후원을 받았던 교회에 "이제까지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면서 "이제는 자립하였으니 후원을 중지하여 주십시오"하고 요청하였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자립대상 교회를 오랫동안 후원하였지만 이렇게 스스로 자립을 선포한 교회는 처음입니다"하며 간증을 요청하여 후원해주던 여러 교회에 가서 간증까지 하였다.

그렇게 자립을 선포하고 하나님만 의지하였던 우리 교회는 급성장하기 시작하였고 그동안 도움을 받았던 교회에서 도움을 주는 교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는 미얀마 선교지역에 네 번째 기념 교회를 건축 중에 있다. 한때는 거지 목사로 자랑할 것이 없었던 부끄러운 목사였으니 지금의 모든 것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일 뿐이다.



이민수 목사 / 홍천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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