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독을 지닌 들외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 39. 들외(파쿠아 사데, 콜로신스)

이강근 목사
2021년 11월 30일(화) 08:18
수박같은 들외. 하지만 열매는 아주 작고, 맛이 무척 쓰다.
시내광야 깊숙한 곳에서 만난 들외 밭.
들외의 속은 텅 비어있고, 속에는 엄청 쓴 작은 씨앗들이 들어있다.
지난 주 출애굽 루트의 돕가(세라빗엘카딤)를 찾아 시내광야 깊숙이 들어갔다가 들외밭을 만났다. 얼핏 보면 수박넝쿨에 동그란 수박이 알알이 열려 있다. 이것이 들외다. 열왕기하 4장에 한 사람이 채소를 캐러 들에 나가 들포도 덩굴을 만나 그것에서 들호박을 따서 국 끓이는 솥에 넣었다. 이를 먹던 무리가 솥에 죽음의 독이 있다 외친다. '죽음의 독'이라 외친 것이 바로 들외다. 이스라엘에서도 간간이 만나는 들외넝쿨이 시내반도 그 넓은 광야에 지천으로 깔려있는 것이다.

사실 성경에 딱 한번 언급되는 들외는 히브리어 '파쿠아 사데'로 번역상 가장 난해한 식물 중에 하나다. 한글성경은 물로 영어성경에서도 번역본 마다 다르다. 그만큼 '파쿠아 사데'를 번역할 적당한 단어를 찾기가 힘든 것이다. '들외' '야외' '들호박' 등 다양한 이름이 등장하는데 들외나 야외의 '외'는 오이를 뜻하나 '오이'가 아니다. 그렇다고 호박도 아니다.

"한 사람이 채소를 캐러 들에 나가서 야등 덩굴을 만나 그것에서 들외를 따서 옷자락에 채워가지고 돌아와 썰어 국 끓이는 솥에 넣되 저희는 무엇인지 알지 못한지라"(왕하4:39)

들외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히브리어로 '파쿠아 사데' 영어로는 'Citrullus Colocynthis' 아랍인들은 '한들'이라 부르는 것을 직접 보는 것이다. 파쿠아 사데는 여러 종류의 형태를 갖고 있지만 대략 수박넝쿨 같고 열매도 수박 모양과 색이다. 대신 덩굴이나 열매가 아주 작다. 야생 박(Wild Gourd)인 셈이다

들외는 성경에서 언급된 120여 개의 식물 중 가장 독한 식물일 것이다. 시내반도 광야의 가장 깊숙한 신 광야에서 이렇게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드넓은 들외밭을 보기는 처음이다. 수박 같아 보이지만 열매는 아주 작고, 맛이 무척 쓰다. 무슨 맛일까 알고 싶어 하나를 깨 작은 씨 하나를 입에 대어 보면 닿은 혀끝 부분이 얼얼하다.

유독 열왕기하 4장의 엘리사 선지자들의 생도들 뿐 아니라 광야에 살아가는 베두윈들도 얼떨결에 이 열매를 먹었다가 고생하는 일이 종종 있을 것 같다. 들외의 영어명인 콜로신스(Colocynth)를 찾아보면 의학용어로 '강한 주의를 요구하는 성분'이다. 아주 소량의 콜로신스(colocynth)를 복용해도 위와 장의 내벽에 심각한 자극, 혈성 설사, 신장 손상, 혈뇨 및 배뇨 불능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심지어 심하면 경련, 마비 및 사망까지 이른다고 경고한다.

들외는 어떻게 보면 아주 위험한 식물이다. 열왕기하 4장의 죽음의 독이라 외친 상황이 그대로 와 닿는다. 그런데 이 들외는 이집트나 요르단 이스라엘 등지의 재래시장에서 수북이 쌓아놓고 판매한다. 이 들외의 용도는 무엇일까? 현지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광야에서 낙타나 나귀를 타고가다 떨어져 타박상을 입으면 주변에 들외를 찾아 멍든 부위에 바른다고 한다. 요즘은 들외에서 추출한 연고를 바른다고 한다. 민간요법에서 쓰이는 약재인 것이다.

들외의 사용 흔적도 아주 오래되었다. 고고학발굴에서도 발견된 들외의 존재는 주전 3800년 즉 거의 5000~ 6000 년 전에 사용한 흔적이 발견된다. 민간요법의 용도와 간혹 음식에도 사용했다. 광야의 베두윈들은 쓴맛을 약하게 하기 위해 다른 것을 섞어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엘리사 선지자가 죽음의 독처럼 쓴 것에 가루(아마도 밀가루)를 뿌려 해독해 먹게 한 것처럼 말이다.

현대의학에서는 강한 쓴맛의 성분을 활용해 진정제나 완화제 그리고 피부질환에 쓰인다. 콜로신스의 효능은 당뇨병 염증 상처치유 피부병 월경과다 설사 황달 변비 종양 궤양 천식 통증 탈모증 암 류마티스 등에 처방된다. 그러고 보면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의 모든 것은 나름의 가치가 있다.

그 쓴 맛이 죽음의 독이라고 외쳤던 들외는 성경에서처럼 가루를 뿌려 해독이 가능한 것이고 강한 독성은 있지만 오히려 병을 치유해주는 다양한 약에 처방된다. 극도의 건조하고 뜨거운 사막 땅에서 자라나는 들외 조차도 나름의 용도가 있으니 성경의 식물은 또 다른 분야에 새로운 지혜를 알게한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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