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은혜되게 하라

[ 목양칼럼 ]

박남주 목사
2021년 12월 01일(수) 08:37
우리 교회에는 과거에 술집을 크게 운영했던 사람이 있다. 비키니 차림의 아가씨를 40명씩 두고 술집 사장으로 거들먹거리며 암흑 세계의 보스로 살던 분이다. 그런데 그 아내는 예수를 믿는 분이라 다른 가치관으로 생활을 했다.

한 번은 그 여집사님이 남편 사업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 나는 오직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얼마 안되어 그 룸살롱은 문을 닫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남편은 10억원 부채를 안고 서울로 피신했다. 그때부터 5년간 서울역 앞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 아내 되는 집사님은 어린 딸 분유 살 돈이 없어서 전전긍긍할 정도로 힘든 세월을 보내야 했다. 빚쟁이들은 매일같이 들이닥쳐서 괴롭게 하였다. 이따금씩 남편은 전화해서 죽고 싶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 집사님은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면서 새벽기도에 나와 하나님께 매달렸다.

너무도 힘든 삶이 계속되는 중에 하루는 어린 딸 앞에서 푸념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은아! 엄마가 너무도 힘들다" 그 때 어린이집에 다니던 어린 딸이 엄마 눈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 그걸 왜 나한테 말해? 예수님한테 말해야지!"

어린 딸은 고통 중에서도 주님께 소망을 두고 믿음으로 성장하였다. 그래서 충남대학교에서 장학생으로 공부하고 지금은 서울에 가서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무주에 와서 예배 드리고 봉사하고 또 주일 오후에 올라간다. 앞에서 찬양하면 주님을 섬기는 그 모습을 청년들이 보고 큰 은혜와 도전을 받고 있다. 그 집사님은 고통 중에 자궁암에 걸려 수술을 해야 함에도 새벽에 나와 한 주간 안수기도 받고 낫는 기적을 체험했다.

을지대병원에서 최종 검사한 후 "너무 기뻐서 감사라는 말 말고 다른 말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감격하며 전화를 했다.

남편은 무주에 돌아와 열심히 뛰고 또 뛴 까닭에 지금은 남 못지 않은 사업을 하게 되었다. 십일조 대신 십의 이조로 하나님께 드리며 매일 새벽마다 맨 앞자리에서 무릎 꿇고 새벽기도를 드린다. 교회에서는 안수집사로 충성하며 남선교회 회장으로도 활동한다.

그 여집사는 또 세 번째 딸을 낳아 금요심야기도회 때는 다섯 식구가 모두 나와 기도생활을 한다. 최근엔 무주에서 가장 좋은 최고급 아파트로 이사해서 입주감사 예배를 드렸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 집사님 식구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기쁨으로 감사로 하루 하루 살아간다.

목회하면서 계속 마음에 생각되는 것이 있다.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았고 또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체험한 일이 많이 있지만 그것을 다 은혜 되게 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를 너무도 쉽게 잊어버린다. 그리고 여전히 내 중심으로, 세속적 인본주의로 편의주의로 살아간다.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나는 죽고 예수로 살아가는 거룩한 응답이 있어야 되는데도 은혜를 안 받은 자처럼, 은혜를 모르는 사람처럼 살아간다. 가룟 유다처럼 배신의 길을 가기까지 한다. 은혜를 받은 자로서 그 은혜를 겸손과 감사와 충성으로 은혜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박남주 목사 / 무주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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