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한 '국민화가'의 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박수근:봄을기다리는 나목' 전 개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11월 21일(일) 22:48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함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고 다채롭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어린아이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린다."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린 '국민화가' 미석(美石) 박수근의 대규모 회고전 '박수근:봄을 기다리는 나목'이 국립현대미술관(관장:윤범모) 덕수궁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박수근의 유화 수채화 드로잉 삽화 등 총 174점이 공개되며 박완서의 소설, 한영수의 사진과 함께 전후 서울 풍경도 조명한다. 화집, 스크랩북, 스케치, 엽스 등 박수근의 그림 공부 자료 100여 점도 공개된다.
그간 '선한 화가','신실한 화가', '이웃을 사랑한 화가','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등의 수식어로 잘 알려진 박수근의 예술세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기획한 이번 전시는 우선 박수근이 살았던 전후(戰後) 시대상에 주목하고, 당시 화단의 파벌주의로 인한 냉대나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불우한 화가였다는 고정관념을 벗겨내고 박수근의 성취를 조망한다.

박수근의 시대를 읽기 위해 '독학', '전후(戰後) 화단', '서민', '한국미' 4가지 키워드를 제안하며, '밀레와 같이 훌륭한 화가'가 되고 싶었던 소년 박수근이 화가로 성장하는 과정(1부 '밀레를 사랑한 소년'), 한국전쟁 후 재개된 제2회 국전에서의 특선 수상작부터 그가 참여한 주요 전람회 출품작들(2부 '미군과 전람회'), 박수근이 정착한 창신동을 중심으로 가족, 이웃, 시장의 상인 등 그가 날마다 마주친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다.(3부 '창신동 사람들') 마지막으로 박수근이 완성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봄을 기다리는 나목'에서 살펴볼 수 있게 구성했다.

박수근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12살 되던 해에 밀레의 만종 원색도판을 보고 "하나님 저도 이다음에 커서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게 해주옵소서"라며 늘 기도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또 곤궁한 시절에 힘겹게 살아갔던 서민화가다. 가난 때문에 국민학교(초등학교)만 졸업하고 6.25동란 중 월남한 그는 부두 노동자, 미군부대 PX에서 초상화 그려주며 생계를 유지했다. 힘들고 고단한 삶속에서도 그는 삶의 힘겨움을 탓하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의 무던한 마음을 그렸다.

가난 때문에 삶은 팍팍하고 녹록치 않았지만 삶을 통해서나 그림 속에서 한번도 가난을 극복하려는 투쟁적 의지를 보이거나 반대로 좌절한 적 없이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 박수근에 대해 안소연 삼성미술관 책임연구원은 "가난과 기독교주의로 요약될 수 있는 성장기의 환경은 박수근의 삶을 구성하는 전제조건이 되는데, 그는 이 조건을 내재화함으로써 각박한 현실을 인내하고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삶을 살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한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함과 경건함마저 자아내게 한다. 조각가 최종태는 박수근의 작품에 대해 "참되도다, 착하여라, 그리고 아름다워라. 이것이 박수근의 그림"이라면서 "진정으로 진실하여 온 화면에 자비가 넘친다. '네 온 마음으로, 네 온 영혼으로, 네 온 힘으로, 네 온 정신으로 너의 하나님이신 주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한다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씌어 있는 성경말씀대로다"고 평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참혹한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고단한 이웃의 생활에 공감하며 담담하게 표현한 박수근의 작품들은 오는 2022년 3월 1일까지 열린다.

최은숙 기자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