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주려다 '변화' 받다

[ 목양칼럼 ]

호병기 목사
2021년 11월 24일(수) 08:10
사람들은 가끔 "어떻게 목사가 되셨어요?"라고 묻는다. 그래서 이런 답을 하게 된다. "저는 청소년기에 질문이 생겼습니다.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기 위해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다. '학교 교사나 교수를 해야 할까? 그런데 그분들은 다 전공을 가르치는 분들이지,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면 무엇이 돼야 하나' 고민하며, 탐색하게 되었다.

탐색 중, 중학교 때부터 친구를 따라서 다닌 교회였지만, 그래도 목사가 되면 그런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짐짓 생각은 해 보았지만, 목사가 되는 일은 너무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수자원공사에 입사했다. 3년을 보내면서, 계장님, 과장님, 부장님의 일상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의 자녀 이야기, 일상생활 이야기를 접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그들과 같이 저리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그들의 일상이란 크게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 삶을 살았다 치고, 내가 가치 있게 여기며 죽을 때까지 머물러야 할 곳을 찾게 되었다. 그러다가 신학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신학교에 입학하였다. 그곳에는 세상에 대해 죽은 이들이 오는 곳이니, 대부분 천사 같은 이들일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그런데 다양한 기질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3년의 신학을 마치며 결론은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역사이면 사람이 참사람으로 바뀔 수 있겠다는 확신은 주어졌다. 그러면서 기도하게 되었다. '요즈음에도 사도행전에 나오는 인물들같이 삶을 살아내는 이들을 좀 보여 주십시오'라고.

처음에는 두란노서원에서 낸 책들, 마담 귀용, 리즈 하월즈, 로렌스 커닝헴 등을 통해 확인하였다. 그리고 예수전도단 분들 중에서, 모퉁이돌선교회 분들 중에서, 순회선교단 분들 중에서 보았다. 그리고 주변에 실제 주님으로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시는 이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저도 그런 삶을 지양하겠다고 폼을 잡았다.

교회에서도 제자 훈련한다고 이 일 저 일을 도모하였다. 그런데 다분히 전도 많이 하여 교인 수가 많아지는 것을 기대하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아졌다. 주님이 인격과 삶에 생생한 실제가 되지 않는, 거반 죽은 믿음들이 많아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설교 시간마다 "나 죽고 주님으로 살자"고 외쳤다. 어떤 설교를 해도 결론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였다. 그리고 주님이 내 인격과 삶에 생생한 실제 되기를 기도하자고 하였다. 내 속을 들여다보아도 주님이 어디 계신지 안 보이는 신앙을 청산하자고 하였다.

요한계시록 3장 20절에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이 말씀은 전도용이 아니라 교회를 향해 주신 주님의 말씀이며, 지금도 심령의 문을 열라고 두드리시는 주님을 전인격적으로 그리고 삶을 걸어 영접하자고 전했다.

그리고 주님을 드러내지 못하는 적이 바로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나임을 알고, 성령 충만으로 그런 나를 죽이자고 외쳤다.

그런데 그런 말씀을 전하면서 늘 질문이 따랐다. '그리 전하는 너는 주님으로 살긴 사는가?'였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37년이 지나고 있다. 변화 주겠다고 나섰는데, 확실히 아는 것은 하나님께서 나를 변화 주시기 위해 이 길을 가게 하셨다는 것이다.



호병기 목사 / 봉화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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