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예배도 구독 시대?

[ 뉴미디어이렇게 ]

이종록 교수
2021년 11월 22일(월) 11:21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상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오징어 게임'이 말 그대로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구촌 여기 저기서 다양한 사람들이 한국말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고, 달고나를 만들어 먹고, 반려동물들에게도 오징어 게임 유니폼을 입힐 정도니, 그 인기가 어떤지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게임이 갖는 폭력성 때문에 걱정하거나 규제에 나서는 국가와 도시들도 있어서, 예상 못한 부작용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 게임이 이토록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것은 물론 작품 자체가 갖는 힘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게 지원하고 전 세계에 유통시킨 플랫폼일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에서 250억 원 정도를 받아 제작했는데,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였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대로 넷플릭스는 구독경제의 대표주자다. 사람들로 하여금 일정한 액수를 지불하고 구독하게 한 후 보고 싶은 콘텐츠를 언제든 몇 번이고 마음껏 볼 수 있게 한다. 알고리즘을 통해 구독자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콘텐츠들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지금도 이런 구독 플랫폼들이 여럿이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예전에도 그랬지만,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한국 교회도 예배 구독 시대로 가면 어쩌나 해서 염려스럽다. 기우이길 바라지만, 어느 기도회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교단불문하고 1만 5000여 교회가 시청한다고 해서, 예배 구독 시대가 단지 기우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맘이 불편하다. 물론 예배 구독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함께 누리는 것으로 목회 방향을 설정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기도회 프로그램은 교인들이 개별적으로 구독하고, 교회 단위로는 시청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자체적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다면, 자체적으로 기도할 수 있을 것이고, 정 필요하다면, 역량이 있는 교회가 순회팀을 만들어서 지원해주는 것을 고려하길 바란다.

이종록 교수/한일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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