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WCC 유관 교단 배제 통합' 논란

일부 이단 단체 행정 보류로 문제 해결 무색해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1년 11월 12일(금) 19:28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WCC 유관 교단을 배제한 채 연합기관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교회연합기관 통합 논의에 힘써온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으로써는 한기총의 예상치 못한 이 같은 제안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교총 회원 교단을 향한 가치와 정체성, 전통과 역할을 부인하는 한기총의 행위로 융통성 있는 논의보다 절차에 따른 원칙적이고 상식적인 대처가 한교총 내에서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별히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성경 중심의 신앙, 교회의 일치와 연합, 복음적 에큐메니칼 정신을 추구해 온 교단들에는 이단 문제의 근본적 해결도 하지 못한 한기총이 오히려 대립각만 세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더불어 기관 통합의 당위성을 잃게 할 정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책임과 비난 또한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결국 통합 추진을 앞장서 주도해 온 한교총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를 비롯해 장종현 목사 등 현 지도부의 합리적인 판단과 새로운 대응 마련 여부가 마지막 한 가닥 남은 연합기관 통합의 끈을 잡아 엮을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11일 2차 임원회를 갖고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 문제를 비롯한 안건을 처리했다. 한기총은 이날 WCC 유관 교단 배제 논의 외에도 한교총과 협의한 이단 문제에 대해 연루된 교단 및 단체 중 3곳에 대해서만 행정보류를 취하기로 했다. 하지만 '선 이단문제 해결 후 연합기관 통합'의 원칙을 고수해 온 한교총의 입장과 달리 이단 일부만 행정보류한 한기총의 보여주기식 결의로 이단 문제의 합의안 또한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한교총 미래발전위원회 위원 김태영 목사는 "WCC 유관 교단을 배제한 통합 추진을 논의한 한기총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회원 교단의 의견을 수렴한 한교총이 한기총의 입장에 대해 상식적인 수준에서 절차대로 회신하지 않겠느냐. 한기총 설립을 주도한 분은 고 한경직 목사님, 한기총 1대 대표회장에 박맹술 목사님이 역임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한교총 대표회장 이철 감독도 관계자를 통한 입장에서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균형감을 잃어서는 절대 안 된다. 극단적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밝혔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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