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적 치유와 회복 운동을 제안한다

[ 주간논단 ]

채은하 총장
2021년 11월 16일(화) 08:22
지난 11월 4일 한일장신대학교는 개교 99주년을 맞이하여 여성동문 홈커밍 감사예배와 행사를 가졌다. 지난 역사 100년 한일의 신앙 전통이 여성들로 시작되었던 만큼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인데 감사하게도 참석자 모두의 울림이 있는 뜻깊은 행사가 되었다. 여기에 참석한 한일 여성동문들은 주로 한일(여자)신학교 시절에 공부했던 교역자들로서 한국교회의 발전과 부흥을 위해 혼신을 다한 숨은 주인공들이다.

특히 본교의 초기 14명의 외국 여선교사들 가운데 교장으로 근무했던(1958-1961), 지금도 시카고에 살고 계시는 사라 배리(Sarah Barry, 한국명: 배사라, 91세)가 보내준 축하의 말씀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때론 수십 년 만에 만난 한일의 여성 동문들은 본교가 이 지역의 하나님 학교로서 흔들리지 않고 더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어찌 한일의 여성동문들만 한국 교회의 공로자들일까? 지금도 은퇴를 한 그리고 곧 은퇴를 앞두고 있는 교역자들은 지난 세월 복음 전도와 교회 부흥을 위해 극도의 헌신을 최고의 핵심 가치와 윤리로 무장하면서 지금껏 한국 교회를 섬겨왔다. 그러나 점점 불안해지는 한국 교회의 미래, 단지 교회나 성도들의 양적인 축소 때문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들에게 전해지는 부정적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지금 우리의 일반 사회와 문화는 어떠한가? 온 세계가 한국 열풍에 싸여 있다고 하면 지나친 평가일까? 특히 대중문화에서 그렇다. 작년에 상영되었던 영화 '기생충'에 이어 '오징어 게임' 신드롬과 K-팝, K-드라마의 인기, 그리고 빌보드 1위를 15주간이나 차지했던 가수 방탄소년단(BTS)의 승승장구는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고 한국인의 자존감과 위상을 높이는데 적지 않은 공헌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이런 열풍 속에서 한국 드라마(영화)를 비롯하여 한국 문화가 세계인들과 다음세대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이며 지금까지 우리 교회가 그리 길지 않은 기독교 역사이지만 - 사수해 온 한국의 기독교/교회적 가치 내지 기독교 윤리를 어떻게 이 사회 속에 각인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오징어게임이나 기생충과 같은 영화는 빈부의 양극화 그리고 빚에 몰린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 게임에서 현실의 불합리와 무자비한 폭력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지만 그러면 한국적 대안과 희망, 나아가 기독교적 가치와 대안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한국의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은 오늘의 이런 폭력적 현실을 직시하면서 그 출구를 찾기 위한 고민과 고뇌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교회와 지도자들이 이 사회의 풍요와 속수무책으로 파고드는 대중문화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느냐는 고민이기도 하다. 교회 안팎의 많은 이웃들이 아프다. 참 아프고 슬프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혹은 총회적 차원에서 코로나19/지독한 물질만능으로 인한 현대병, 즉 경제적·사회적·정신적·영적인 문제들로 고통받는 이들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단지 구호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기독교적 치유와 회복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는 없을까? 교회연합적인 차원에서 기독교적 가치와 윤리가 여실히 드러날 수 있는, 선구자적인 대담한 프로젝트를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내 형제와 이웃을 따뜻하게 껴안을 수 있는 '예수님의 쉼터'를 우리 총회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믿기에 이런 제안을 해본다.

채은하 총장 / 한일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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