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듯 하나 꼭 필요한 교인

[ 목양칼럼 ]

박재필 목사
2021년 11월 17일(수) 08:24
요즘 언론에서 '요소수' 관련 기사가 정말 많이 나온다. 지금까지 살면서 요소수가 무엇인지, 어떤 기능을 갖고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인지 정말 몰랐다. 간혹 주유소에 가면 요소수라는 글씨를 읽었지만 그냥 글자로만 읽을 뿐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런데 지금 그 요소수 때문에 제조업과 물류의 나라 대한민국의 산업이 물류대란을 겪고 있다.

최근의 보도들을 통해 학습한 바로는 요소수는 버스와 트럭, 긴급구호차량 등 디젤차량에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디젤차량은 배출가스를 정화시켜주는 '배출가스저감장치(SCR)'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는데 이것을 작동하는데 요소수가 필요하다. 이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는 석탄에서 추출하는데, 최근 중국이 석탄 부족현상을 겪으면서 석탄에서 추출하는 요소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0년 전에 마지막 요소수 공장이 문을 닫아서 생산하지 않고, 이제는 98% 가량을 중국에서 수입해서 쓰기 때문에 중국이 수출을 재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수백 만 대 차량이 2개월 후에 멈출 위기에 빠진다고 한다.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소홀했던 요소 하나가 나라 경제를 혼돈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가와 사회, 그리고 공동체에서 없어도 될 것 같은 작은 나사, 못, 제도, 사람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현상과도 같다고 생각하면서 뉴스를 접했다.

며칠 전 한 성도가 목양실로 찾아와 잠깐 뵙자고 요청을 한다. 교회에 이름과 활동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분이지만 언제나 조용히 새벽기도회를 다녀가고, 주일예배와 수요예배 등을 거르지 않고 정성껏 출석하시는 연세 많은 성도이다. 목양실에 들어와 권하는 의자에 앉으며 조용히 가방을 열어 목사에게 봉투를 내민다.

"목사님, 그동안 저금을 했던 약간의 돈이 있는데 건축헌금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하나님 앞에 언제 부름 받아 갈지도 모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어야 쓸 곳도 없고, 하나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반드시 무명으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그 성도의 형편에는 정말 큰 액수인 수백 만 원의 헌금을 전달해 주셨다. 소중하지 않은 헌금이 없지만 그분의 사는 곳과 형편을 아는 목사의 마음에서는 더욱 소중하고 감동과 감사가 넘친다. 성도를 위해 축복기도 후에 목양실을 나가시는 뒷모습을 마음에 담았다.

담임목회만 20년 넘게 하면서 세 교회에서 목회를 했다. 담임목사로서 특별한 경험이라면 목회한 세 교회를 건축한 것이다. 한 교회를 건축하기도 어려운 일인데, 세 교회를 했다는 것이 스스로의 훈장처럼 남았다. 건축을 할 때마다 위의 성도처럼 교회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성도가 뜻밖의 액수를 헌금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주일예배만 겨우 출석하는 선데이크리스천의 전형인 집사가 만기된 적금을 찾았다며 평일에 들고 와 헌금을 한 적이 있다. 불신자인 남편의 허락을 받고 교회에서 봉사하지 못한 죄송한 마음을 담았다며 주일까지 기다리면 마음이 흔들릴까봐 은행에서 교회로 바로 왔다고 한다.

교회 안에는 그 이름이 드러나는 유명한 봉사자들이 있다. 항존직분을 받은 교인, 기관의 장을 맡은 제직들, 교인들을 독려하며 활발하게 드러나는 분들, 하나 같이 소중하다. 그러나 '요소수'처럼 아무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던 것 같은 분들이 뜻밖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며 교회를 풍성하게 채운다. 그분들의 감추어진 헌신으로 교회는 오늘도 존재한다. 교회에 있으나마나한 교인은 아무도 없다.



박재필 목사 / 청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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