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타인쇄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21년 11월 04일(목) 08:23
신문 인쇄 방식에 '청타'라는 것이 있었다. 납활자 방식에서 한단계 발전된 인쇄기술이다.

지난 주간에 회사 후배와 신문인쇄 발전 과정에 대해 대화할 일이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생각해 보게 됐다. 불과 30년 정도의 기간이었지만 기억에 나는 신문 제작 과정만 해도 다양하다.

대학교 재학 때 학보사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활판인쇄를 경험했다. 납활자를 한 자 한 자 채자(원고대로 활자를 뽑는 일)를 해서 한 단 한 단을 만들고, 조판 과정을 거쳐서 지형을 뜨고(납활자에다 종이를 눌러 글자를 새기는 일) 이에 납을 부어 제작된 연판을 윤전기에 걸어 신문이 인쇄되는 과정이 신기했다. 특히 채자 하고 조판을 하던 노동자들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실 백열등 아래에서 한 글자씩 뽑아 나무로 만들어진 각에 넣어 정열하는 과정은 경의롭기까지 했다. 백열등에 비치는 것은 온통 시켜먼 것이었고, 갓 찍어낸 납활자만 반짝반짝 빛이 났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러한 신문 인쇄 과정(기술)은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활판에서 발전한 것이 청타이다. 청타는 납활자를 기계화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음과 모음이 따로 있는 수동 타자기 원리와 비슷하다. 청타는 완성된 글자(납활자)를 수동으로 한 자씩 찍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과정은 사실상 2, 3년이 지나지 않아 컴퓨터에 밀려 사라졌다. 신문 뿐만 아니라 인쇄매체가 같은 과정을 거쳤다. 이 때 함께 사용되었던 기술에 글자를 사진 찍는 '사식'이라는 것도 있었다.

컴퓨터로 찍어 출력한 원고(인쇄용)를 신문 크기의 대장에 오려 붙여 연판을 만들고, 이를 윤전기에 걸어 인쇄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이후에는 컴퓨터 화상에서 직접 편집하는 컴퓨터 조판 시스템(CTS)이 도입되면서 인쇄기술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신문 인쇄술 발전 과정을 생각하면서 또 다시 '목사실업률'를 떠올려 본다. 현재 우리 사회의 실업률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젊은이들의 실업률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한국교회 목회 현장에서 목사실업률 또한 마찬가지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교회의 현실과 함께 생각할 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교회 교세는 지난 10여 년 동안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회와 교회에 불어닥친 코로나 폭풍은 교회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각 교단의 신학교에서는 목사 후보생 배출은 계속되고 있으며, 목사 임직자도 매년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교세 감소에 따른 자구책으로 개교회들은 인력을 감축하는 추세이며, 코로나로 문을 닫은 작은 교회에 시무하던 목사들도 하루아침에 목회지를 잃고 있다. 현재 목사 실업 문제는 배출보다는 거센 물살에 떠내려가고 있는 현장이 문제이다.

그렇다면 답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앞에서 이야기한 인쇄역사를 보면 활자 인쇄는 5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활자 인쇄기술의 연장선상이기는 하지만 청타 인쇄술은 단명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컴퓨터 조판 시스템은 무한 발전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또한 인쇄매체의 축소로 어디까지 갈지는 미지수지만. 청타 인쇄기술이 반짝 성행할 때 이 기술을 가르치기 위한 학원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쇄매체가 양적으로 늘어난 시기였기에 단기적으로 청타 기술을 습득한 인력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길게 가지 못하고 사라진 직종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일들은 급변하는 사회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목회 현장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이러한 주변환경 속에서 목회도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변화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모두가 이 변화 속도에 맞춰서 따라간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위기 상황을 이야기하는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변화하지 않는 것이다. 개혁교회는 출발부터 지금까지 주제가 '개혁'이지만 현실은 개혁과 동떨어져 있다. 한편으로 변화를 시도해 보지만 인쇄기술의 청타기술과 같이 반짝하고 사라지기 일쑤다. 이같은 일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보내면서 충분히 경험했다.

목사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목회 기술도 필요하겠지만 교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민감해야 한다. 목사실업률은 낮추는 1차적 목표는 목사 스스로의 몫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실업률을 높이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박만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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