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성직주의와 성별분업문화…여교역자 돕는 세 가지 방법

여성의 목회를 위한 선교적 교회의 평등성 적용 : 20~40대 한국 여교역자 경험을 중심으로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1년 10월 24일(일) 23:01
"처음 신대원에 갔더니 동기들이 안수 여부를 물어 놀랐습니다. 신대원은 목회자 양성, 안수를 위한 코스인데 목사할 거냐, 사모할 거냐를 계속 묻더라고요." "노회 면접에서 여교역자에게 애기 낳으면 사역 그만 둘 거냐고 질문 받았어요.남성에게도 똑같이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공동육아인데." "유치부 사역자를 뽑는데 남성분이 이력서를 넣으셨어요. 그러자 담임목사님은 '무슨 유치부를 남자야, 유치부 사역자는 여자여야 한다'고 하시네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소속 20~40대 여교역자들을 심층 인터뷰해 한국교회의 젠더 불평등 상황을 분석하고, 선교적교회의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한국교회의 젠더 불평등과 여교역자의 리더십'을 주제로 지난 19일 온라인 줌에서 개최된 한국교회생태계연구네트워크 모임에서 백인하 전도사(장신대 선교신학)는 지난 8월 쓴 논문을 요약해 발제했다.

한국교회의 여교역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문화를 설명한 백인하 전도사는 한국교회 내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성직주의, 성별 분업 문화, 효율주의 문화 등을 지적한 후, 여교역자의 선교적 실천과 목회를 도울 수 있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가부장적인 성직주의에 대해 백 전도사는 "여성 목사 안수가 활발히 진행중인 예장 총회임에도 여교역자를 동등한 목회자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라며, "군대문화 정서 속에서 여교역자가 위계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지 않으면 막연히 불편한 존재로 여기고, 그들의 의견과 감정을 반복적으로 무시하는 타자화의 패턴이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가부장적인 성직주의의 폭력은 선교적교회의 관점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지닌 평등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평했다.

한국교회의 성별 분업 문화에 대해 그는 "교회학교 사역과 돌봄 노동에 여교역자가 편중돼 있고, 청년부와 교구 사역 등에선 여교역자들이 배제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라며, "고유한 은사를 선물받은 지체들은 각자 받은 몫에 따라 선교 사역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러한 고착된 성별 분업은 선교적 교회의 관점에서 성령의 은사가 지닌 분배의 평등성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효율주의 문화에 대해 그는 "여전히 4인 기준의 핵가족 형태를 이상화하는 교회 정서 속에서, 출산과 육아를 감당하는 여교역자들을 비능률적인 존재로 전제하고 목회 환경에서 배제해버리는 모습이 관찰된다"라며, "다음세대를 낳고 기르는 여성이 처한 상황을 무시하는 것은 지체의 삶을 서로 지탱하는 코이노니아의 평등성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선교적 이해가 제시하는 평등성에 근거해 여교역자들의 자유로운 사역을 위한 새로운 목회 문화 3가지를 제안했다.

"가부장적 성직주의를 개혁하고 모두가 선교의 동일한 사명으로 부름 받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이해를 근거로 수평적인 목회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그는 "공동체뿐 아니라 개별적인 차원에서 사역의 방향과 내용 등을 공유하고 경청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비위계적인 리더십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여교역자의 고착된 성별 문화 해체와 선교적 은사의 평등성을 이루기 위해, 여교역자들에게 다양한 목회의 영역을 적극 개방해, 교회의 구체적인 사역의 자리를 탐색하고 잠재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교역자를 능률로만 재단하는 효율주의를 비판하고 선교적 교제의 평등성을 정립하기 위해, 지체 간의 깊은 관계성을 통해 서로의 필요를 채우면서 섬기는 코이노니아를 공동체 안에서 확장해야 한다"라며, "모든 구성원이 출산과 육아를 함께 책임져야 하는 공통의 영역임을 인지하고, 개인보다 팀 형태로 사역하며, 교회 내 공동 육아 제도와 공간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회생태게연구네트워크 모임에서 문정은 목사(CCA 프로그램 코오디네이터)가 '아시아교회 여성의 리더십', 김지은 목사(PCUSA 세계선교부 동아시아 책임자)가 '미국장로교 여성목회자 리더십' 제하로 발제했다.


최샘찬 기자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