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여, 스토리를 만들라

[ 목양칼럼 ]

임정수 목사
2021년 10월 27일(수) 08:13
사람들은 감동받기를 원한다. 감동은 서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스토리이다. 높은 자리 자체가 사람에게 감동을 주지 않는다. 그가 어떻게 그 자리에 올라갔는지, 역경 속에서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 그리고 그가 그 자리에서 어떤 희생을 감수했는지가 사람들에게 울림이 되고 감동이 되는 것이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스토리에는 3가지의 요소가 있다.

첫째는 선한 동기요, 둘째는 무모한 도전이요, 셋째는 인내의 시간이다.

얼마 전 SNS를 통해서 한 목사님의 글을 읽었다. 20여 년 전 한 나이 많은 전도사님이 찾아와 사역자로 써 줄 것을 부탁하셨단다. 그런데 교회에는 자리가 없어서 스스로 사역을 만들면 후원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고, 그 전도사님은 얼마 후 지역의 몽골 아이들을 모아 공부를 가르쳐주는 사역을 하시기로 하셨다.

아이들이 늘어났고, 몽골 부모님들도 교회를 나오면서 몽골인 사역은 점점 커졌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들 중 일부가 다시 몽골로 돌아가게 되었고, 몽골로 돌아가 교회를 세우게 되었다. 사역자가 필요하다는 말에 그들을 위해서 선교사까지 파송하였단다. 그리고 어릴 때 그 교회에서 한국말을 배웠던 한 몽골 아이는 몽골에 돌아가서 이제는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을 돕는 기관의 센터장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셨다. 이 얼마나 감동의 서사인가? 동기도 분명했고, 무모한 도전도 있으며, 인내의 시간도 있었다. 스토리가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이제 교회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긴 호흡의 스토리이다. 먼저 동기를 잘 살펴야 한다. 왜 이 일을 시작하는지, 목회자의 목회철학과 이 시대를 향한 예언자적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무모한 도전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옥합을 깨뜨려야 하고, 때로는 모두가 '아니오!' 할 때, '네'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며 이어 나갈 수 있는 끈기와 용기가 필요하다.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기도하는 인고의 시간은 먼 훗날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교회여, 스토리를 만들라! 다음 세대를 바라보며, 눈물로 그들을 품어내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약하고 병든 이웃들을 위한 섬김의 스토리가 필요하다. 세계 선교도 일회성 선교가 아닌, 긴 호흡의 선교가 필요하고, 전도도 '이벤트를 위한 전도행사'가 아니라 눈물로 한 영혼을 위해 수년간 기도하는 '전도 스토리'가 필요하다.

리차드 포스터는 그의 책 '영적훈련과 성장'에서 "피상성은 우리 시대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목회도, 사역도 피상성을 극복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동의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의 출발점이길 소망한다.



임정수 목사 / 포항대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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