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교단총회 참관보고 '아직 일모도원의 먼 길'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공동주관, 2021년 교단총회 참관 활동 보고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10월 15일(금) 17:25
지난 9월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를 비롯해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총회를 참관하고 모니터링 한 결과에 대해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여성, 청년, 평신도의 목소리는 크지만 이에 대한 응답은 거의 보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 공동대표: 남오성 박종운 윤선주 최갑주)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와 공동으로 총회 참관을 진행하고, 15일 기독교회관에서 '기울어진 총회는 응답하라!'를 주제로 결과 보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참관활동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여성의 동등한 대표성, 청년의 자리 부재, 목사의 과도한 권한이 갖는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교단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아직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의 먼 길'이라고 정리했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가장 먼저 여성의 부재가 지적됐다. 박신원 팀장(기독교반성폭력센터)은 "여성에게 평등하고 안전한 교회는 아직 멀다"면서 "교단총회에서 여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는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총대란 교회와 노회를 대표해 교단의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권을 행사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성 문제의 당사자인 여성이 부재하고 따라서 여성 문제는 교단 정책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다. 예장 통합이 총대 1500명 중 34명(2.27%)의 여성총대가 참여했고, 기장 총회가 644명 중 61명(9.4%) 참여했다. 예장 합동, 고신, 합신은 아예 여성총대가 없다. 여성안수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장 합동은 이번 총회에 농어촌 여성 장로 안수, 여성 사역자에게 준목 호칭 부여 등과 여성안수에 관한 헌의안이 올라왔지만 전부 기각됐다. 그나마 올해 주목할만한 변화를 보여준 것이 기장의 신임총회장에 여성이 추대된 점이다. 이와 더불어 목사 수련 과정에 '양성평등과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한 점, 총회 재판국 구성시 여성 1인 이상 포함 등을 허락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여성 총대와 함께 청년의 부재도 지목됐다. 예장 통합 총회에 참석한 유일한 청년은 언권회원으로 참석한 청년회전국연합회장 1명이었다. 기장 총회는 언권회원으로써 청년 4명이 초청됐다. 그럼에도 허성웅 총무(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는 "미약한 발걸음이지만 조금씩 청년들의 교단총회 참여에 관한 논의들이 시작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했다. 기장 총회는 '신도회(남신도회, 여신도회, 청년회) 대표 각 2인 정회원' 헌의건이 상정됐고 기감에서도 청년회연합회회장의 당연직 참여를 보장하는 개정안이 제출됐다. 예장통합은 '총대 비례대표제 도입'을 청원한 바 있지만 '현실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돼 통과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목회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구조적 문제와 이와 관련된 교단헌법의 한계도 언급됐다. 기소돼 당회장권이 정지된 목사의 설교권이 인정되는 점, 사회법에서 형을 받은 목사에 대한 명확한 치리 규정이 없는 점 등을 지적하며 "교회분쟁을 해결하는데 기준이 되는 교단헌법이 바로 서지 않는 한 합리적인 분쟁의 종결을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번 2021년 교단총회 결과보고를 마치며 교회개혁실천연대 이헌주 사무국장은 "교인은 완성형의 제도나 정책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소통을 기초하여 용기 있는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교단 총회가 한계를 넘어서서 개혁되기까지 계속 노력하겠다. 교단총회에 참석할 권리조차 빼앗긴 이들, 말하고 행동할 권리조차 빼앗긴 이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되겠다"고 밝혔다.
최은숙 기자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