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法)보다 사람이 문제다

[ 특별기고 ]

강흔성 목사
2021년 10월 18일(월) 11:29
지난 주 한국기독공보 특별기고에 두 분의 의미 있는 지상논쟁이 있었다. 106회기 총회에서 발의된 헌법 개정안에 관련하여 헌법위원장께서 개정안 상정 배경과 취지를 설명해 주셨고, 이에 대하여 우리 교단의 헌법질서를 위해서 전문가 못지않은 법지식으로 활발하게 글을 써주시는 오총균 목사께서 반론을 해 주셨다. 필자는 103회기부터 105회기까지 3년 동안 재판국원으로 봉사한 경험을 가지고 상정된 개정안에 대해서 실무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다.

먼저 헌법위원장께서도 지적을 해 주셨듯이 총회에서 개정안에 대한 충분한 찬반토론 없이 노회수의안으로 넘겼다는 것이 대단히 아쉽다. 모든 개정안이 다 중요하겠지만 이번 개정안은 권징사유가 되는 죄과를 신설하고(권징 3조 16항) 양형까지 정했으며(권징 13조 1항), 재판국의 기능을 선고중심에서 화해중심으로(권징 10조) 이동하는 등의 중요한 안이 담겨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더 심도 있는 토론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도 우리교단의 많은 교회들이 분쟁과 소송 중에 있기 때문에 헌법이 어떻게 개정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헌법개정위원회 뿐 아니라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청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뿐 만 아니라 개정안에 대해서 몇 가지를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교회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사회법정으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사회재판에서 교회판결이 뒤집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다보니 교회 재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교회와 교회법의 권위가 실추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원천적으로 국가기관에 제소를 금지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이미 언급된 바와 같이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대한민국 헌법 제27조 제1항)가 있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동법 3항)도 있다. 그런데 교회법에 의해서 국가기관에 제소를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 국가와 교회의 관계를 볼 때 교회는 국가법 내에 있지만 국가는 교회법 아래에 있지 않고 다만 국가는 종교의 자유를 국가 헌법(20조 1항)으로 규정하여 최대한 교회의 판단과 질서를 존중하고 있다. 현재 교단헌법 권징 부칙 3조 3항에 행정쟁송 사건에 한해서 총회 헌법에 의한 확정판결이 있기 전에 국가기관에 소를 제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 규정은 국가기관에 제소를 봉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둘째, 분쟁하는 교회나 교인들이 교회재판을 불신하는 이유가 있다. 필자도 지난 3년간 총회 재판국에 있으면서 처절하게 공감하는 바가 크다. 재판국원들이 전문성이 약하고 정치, 정실, 금품수수 등에 의해서 재판이 좌지우지 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지난 회기에 감사위원회에서도 재판국 존치문제를 지적했을까. 재판국원 중에 법을 전공한 목사나 장로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교회재판국에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인 듯 하지만 재판은 누가 보더라도 법을 다루는 전문성을 놓쳐서는 안된다. 법률 용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재판국원들이 어찌 법 논리를 알겠는가. 법리를 모르니 정실과 정치로 치우치는 것이다. 재판은 증거재판주의(권징 79조)라는 것이 기본인데 자기 진영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유력한 증거물을 무시하고, 재판국원이 금품수수가 드러났음에도 문제 삼지 않으며, 심지어 주심을 맡고서 판결문을 작성하지 못하여 외부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러니 총회 주변에는 교회분쟁을 이용해서 재물을 탐하는 소위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으니 교인들이 교회재판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국가기관에 무조건 제소금지 규정만 만들면 중세시대 타락한 종교재판이 될까 염려 된다.

셋째, 권징 13조 1항 '총회재판 없이 혹은 총회재판 중 또는 총회재판 결과에 불복하고 국가기관(경찰, 검찰, 법원)에 고소, 소제기, 가처분신청 등을 제소한 자의 소속 치리회는 반드시 기소하여야 하고 기소 후 재판에 의해 면직과 출교처분을 한다'는 개정안 역시 독소조항이다.

국가제소 금지규정을 보완하기 위해서 위배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둔 것인데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반드시 기소'하여야 하고, '재판에 의해 면직 출교'까지 강제하고 있다. 재판은 절차적 정의가 지켜질 때 공정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소 여부는 기소위원회에서 과반수 결의로 해야 될 일인데 강제기소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 사법체제 하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면직과 출교라는 양형을 규정하는 것도 헌법 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권징의 목적(권징 2조)에도 부합하지 않다. 교회법에서 권징은 범죄자의 회개를 촉구하여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교회 직원에게 있어서 면직 출교는 사형선고와 같다. 교인(직원)이 자기의 억울함을 사회법에 호소했다고 그렇게 중한 벌로 처벌한다면 교회에 남아 있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듯이 재판국원이 양심에 따라 양형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재판도 통일성이나 일관성이 없을 때가 있으니 정답은 아니다. 따라서 교회분쟁을 모두 국가재판으로 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국가재판을 받을 권리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교회 재판이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면 교회분쟁을 구지 국가법정으로 끌고 갈 이유가 없을 것이다. 총회는 재판국을 비롯한 법리부서에 전문성을 확보하고 무엇보다 정치와 정실, 금품수수를 방지하여 공정한 재판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법보다 사람이 문제다.





강흔성 목사 / 수원상일교회, 103-105회기 재판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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