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와 넷플릭스

[ 목양칼럼 ]

임정수 목사
2021년 10월 20일(수) 08:47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며칠 전 70대 어느 노 권사님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다. "목사님, 오징어 게임을 보려면 어디서 봐야 하나요?" 아뿔싸! 옛날에 KBS는 9번, MBC는 11번, SBS는 6번이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노 권사님은 아직 그 세계에 머물러 TV 채널 몇 번에서 봐야 하는지 물으셨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오징어 게임은 TV 채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보는 거예요"라고 말씀 드렸다. 이 말씀을 드리고, 권사님께 넷플릭스와 플랫폼을 어떻게 설명 드려야 하는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문득, 어쩌면 이것이 한국교회가 처해 있는 현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얼마 전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20년간 몸담았던 MBC를 떠난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김태호 PD가 인스타에 남긴 한 문장이 인용되었다. "세상에 나쁜 콘텐츠 아이디어는 없다. 단지 콘텐츠와 플랫폼의 궁합이 안 맞았을 뿐이다." 이제 방송이라는 것이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발한 콘텐츠를 어떤 플랫폼에 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오징어 게임과 관련된 기사 중 눈에 띄는 것 하나는, 오징어 게임이 만약 공중파에서 방영되었다면, '폭망' 했을 것이라는 기사였다. 오징어 게임의 선풍적인 열풍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플랫폼이란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다. 예전 대표적인 플랫폼이었던 방송국은 거대 자본으로만 만들 수 있었고, 그것이 곧 권력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SNS와 유튜브가 등장하면서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 플랫폼에 담겨지는 영상 콘텐츠는 무궁무진하게 다양해졌으며, TV 보다 재밌고, 영화보다 감동적이다. 이제 유튜버는 초등학생들에게 꿈의 직업이 되었다.

한국교회도 이제는 이런 시대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 과거의 영화에 머물며, 공중파만을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넷플릭스와 같은 획기적인 플랫폼을 구축할 것인가? 어쩌면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먼저 진입하느냐 하는 시간의 문제일지 모른다. 모든 사회가 그렇게 변해가고, 교회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교회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공중파에 익숙한 세대만 남게 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 고민은 지역별로, 세대별로, 교회별로 해야 할 것이다. 정답은 없다. 몇 가지 원칙이 있다면, 넷플릭스의 성공 원칙처럼, 더 다양하게, 더 신속하게, 더 유연하고 자유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을 보려면 넷플릭스를 깔아야 한다. 새로운 세대를 잡으려면, 새로운 교회, 새로운 플랫폼을 깔아야 한다. 거대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임정수 목사 / 포항대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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