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교회, 뽑고 싶은 부교역자

[ 목양칼럼 ]

임정수 목사
2021년 10월 13일(수) 08:18
가을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아니라, 가을은 한국기독공보의 계절이다. 우리 교단 대부분의 부교역자들이 교단 신문인 한국기독공보를 가장 열심히 보는 계절이 바로 가을일 것이다. 이유는 바로 임지를 찾기 위해서이다. 이 즈음, 각 신학교의 청빙 게시판 조회수도 빠르게 올라간다. 저마다의 이유로 정들었던 교회를 떠나고, 또 새로운 임지를 찾아 나선다. 필자 역시 30대 10년을 몇몇 교회에서 부목사 사역을 하며 보냈다.

부목사들이 가고 싶은 교회는 어떤 교회인가?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면 먼저, 크고 인지도가 있는 교회라면 좋고, 사례도 높고, 사택까지 넉넉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하고 싶은 부서에서 마음껏 사역할 수 있는 교회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중요한 것이 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담임목사님이 어떤 분인가 하는 것이다.

부교역자들의 소원이라면, 좋은 담임 목사님 밑에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목회를 배우고, 좋은 목사로 성장하기를 원한다. 실수를 해도 아빠 미소로 용납해 주고, 목회의 세심한 것까지 가르쳐 주는, 평생 멘토같은 분을 만나길 원한다. 그런데 부교역자의 입장에서 이런 교회가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들 힘들어 한다. 차마 사임하지는 못하고 그냥 버틴다.

담임목사들도 정말로 좋은 부교역자를 뽑기를 원한다. 그런데 이게 또 쉽지 않다. 담임목사들이 뽑고 싶어 하는 부교역자가 있다. 먼저 부교역자는 복음적이고 유능해야 한다. 설교는 은혜로워야 하고, 운전과 찬양 인도는 기본이고, 영상편집 기술까지 갖추었다면 금상첨화이다. 교회 여건이 좋지 못해도 불평이 없고, 늘 밝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담임목사가 검은걸 희다고 해도 그 뜻을 헤아려 '아멘'하면 좋겠다. 그런데 이런 부교역자가 있을까? 이 또한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담임목사들은 부교역자들을 보며 늘 아쉬워 한다. "라떼는 말야…" 잔소리가 또 시작된다. 이 영원한 평행선이 좁혀질 수는 없을까?

임지를 찾는 부교역자들이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 어느 교회든, 반드시 배울 것이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 큰 교회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작은 교회라고 다 나쁜 것도 아니다. 편한 교회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힘든 교회라고 다 나쁜 것도 아니다. 어떤 교회에 부름을 받든지, 좋은 목회자로 성장하기 위한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받아들이고, 그곳 담임목사님께 인정받으면 앞길이 열릴 것이다.

부교역자를 찾는 담임목사들이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 청빙된 부교역자가 있다면, 때로는 제자처럼, 때로는 동생처럼, 때로는 아들처럼 사랑으로 함께 동역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완벽한 부교역자가 어디 있겠는가? 과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인격적인 관계를 맺도록 애써야 한다. 경험을 나누고, 허물을 품어주며, 좋은 사역자로 성장하기를 도와주어야 한다. 이것이 좋은 담임목사이고, 좋은 교회는 여기서부터일 것이다.



임정수 목사 / 포항대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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