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개오 뽕나무와 뽕나무 재배자 아모스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 34. 뽕나무(돌무화과나무)

이강근 목사
2021년 10월 12일(화) 08:20
여리고의 돌무화과나무. 삭개오가 올랐던 뽕나무는 이런 돌무화과나무라고 한다.
가나안 땅에는 가장 빨리 자라는 나무가 있다. 돌무화과나무다. 심은지 6년이면 제법 목재가 되고 연간 여섯 번이나 열매를 맺기에 양식도 된다. 그러나 무화과나무라 무화과가 열리지만 열매가 아주 작고 맛은 없다. 대신 기근과 전쟁시에는 요긴한 양식이 된다. 시내산을 여행할 때 짚차를 운전해주던 베두윈이 먹고 있던 뭔가를 건네주기에 받아 먹어보니 바로 이 돌무화과나무 열매였다.

돌무화과나무가 바로 삭개오가 올랐던 뽕나무다(눅19:6). 나뭇가지가 옆으로 쭉쭉 뻗어나기에 오르기가 쉽다. 최근 한글성경에는 뽕나무란 이름 대신 돌무화과나무로 정정했다. 예수님께서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이 있었더라면 이 뽕나무더러 뿌리가 뽑혀 바다에 심기리라" 한 나무도 이 돌무화과나무다. 열매가 무화과를 닮았지만 실은 뽕나무과에 속한다. 히브리어로 '시크마(Sykma)' 헬라어로는 '쉬카미노스(Sukaminos)' 그리고 영어로는 '시카모르(Sycamore)'다.

가나안 땅에 돌무화과나무가 재배되었음은 드고아의 선지자 아모스가 자신을 뽕나무(돌무화과나무)를 재배하는 자로 소개한 데서 알 수 있고(암7:14), 왕의 재산을 관할하는 자들 가운데 돌무화과나무를 관리하는 직도 있었다. "게델 사람 바알하난은 평야의 감람나무와 뽕나무를 맡았고 요아스는 기름 곳간을 맡았고"(대상27:28). 솔로몬 때는 흔하게 재배되고 있었음도 알 수 있다. "왕이 예루살렘에서 은을 돌 같이 흔하게 하고 백향목을 평지의 뽕나무 같이 많게 하였더라"(왕상10:27).

우리가 아는 성지의 대표적인 뽕나무(돌무화관나무)는 여리고에 있다. 일명 삭개오의 뽕나무. 주로 길가에 심겨진다. 헤롯 왕은 여호수아가 정복한 구약시대의 여리고에서 2㎞정도 남쪽에 신약시대의 여리고를 건설했다. 구약시대의 여리고에서 신약시대의 여리고로 오가는 길목에 삭개오의 뽕나무가 있다. 예수님께서 소경 바디메오를 만난 곳에 대해 "여리고에서 나가실 때에"(막10:46)라는 표현과 "여리고에 가까이 가셨을 때에"(눅18:35)라는 표현이 있다. 한 사건을 두고 '나간다'는 표현과 '가까이 온다'는 표현은 신약의 여리고에서 본 것인지 구약의 여리고에서 본 것인지 관점의 차이다.

비잔틴 시대의 여리고까지 합치면 여리고에는 시대에 따라 세 곳의 중심이 있다. 현재 뽕나무가 세워진 곳은 비잔틴 시대 때의 여리고로 현대 여리고의 중심이다. 비잔틴 여리고는 교회를 중심으로 세워진 것이라 교회들마다 뽕나무(돌무화과나무)가 필수다. 순례 때 보는 삭개오의 뽕나무는 러시아정교회의 정원 안에 심겨진 것이고, 맞은편 그리스정교회는 아예 2천 년 전 삭개오가 올랐다는 그 뽕나무라는 아주 오래된 돌무화과나무가 심겨져 있다.

역대하 20장에는 여호사밧과 아람과의 전쟁를 서술하며 네 개의 지명이 나온다. 엔게디 시스고개 드고아 브라가골짜기. 즉 엔게디에 진을 친 모압과 암몬의 군대가 시스고개를 넘어 올라오고, 여호사밧 군대는 드고아에서 적군을 맞으러 나가 싸워 승리한 후 그 탈취물을 거두어 브라가골짜기에 모인다. 이 네 지역은 엔게디에서 브라가골짜기로 연결되는 나할 아루고트(Nahal Arugot)가 지나는 지역들이다.

엔게디의 고대 무덤에서 뽕나무로 만든 관이 발견되었다. 엔게디에서 자생하지 않는 뽕나무를 어디서 가져온 것인가? 이 관의 출처가 바로 드고아였던 것이다. 엔게디에서 시스고개를 넘어 유대광야를 가로질러 북서쪽 드고아를 지나 브라가골짜기에 이른다. 이 길을 연결한 것이 '나할 아루고트'이다. 엔게디에서 발견된 무덤 관이 엔게디-드고아 길을 증명해 준 것이다. 엔게디에서 발견된 뽕나무 관은 현재 이스라엘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성경의 땅에 돌무화과나무(뽕나무)를 심겨준 이는 이집트다. 이집트는 원정시 정복한 곳곳에 돌무화과나무를 심어놓았다. 나무 자체가 빨리 자라나 성읍의 이정표가 되기도하고 10년이면 목재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성지의 오래된 마을 중심에는 크고 우람한 수백년 된 돌무화과나무가 심겨 있다. 아마도 여리고를 지나는 예수님께 소리쳤던 바디메오는 이 돌무화과나무 아래 있었을 것이고, 지나는 예수님을 보기 위해 삭개오는 바로 이 뽕나무(돌무화과나무)에 올랐다.

뽕나무를 예수님을 볼 수 있는 교회로 표현하고 싶다. 오늘 날도 예수님을 보기 위해 뽕나무(교회)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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