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요"

[ 땅끝편지 ] 파라과이 신현광 선교사 (5)

신현광 선교사
2021년 09월 29일(수) 08:55
주일 예배후 어린이들과 뛰어 놀고 있다.
2005년 인디헤나 까레리아이 교회를 건축하고 있다.
인디헤나! 우리가 보통 '인디오'라고 부르는 원주민이다. '인디오'라는 용어는 폄하하는 뜻이 있어 보통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공식용어는 '인디헤나'이다. 파라과이에는 많은 인디헤나들이 있다. 그 중 절반 정도가 우리 도시가 속한 주에 거주하고 있다. 도시로 몰려온 이들은 토산품을 팔면서 생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거리에 나와 구걸하며 생활한다.

2003년에 도시로 구걸하러 나왔던 까시께(추장)를 도와주며 까레리아이 부족을 알게 되었다. 우리 교회에서 75Km 떨어진 이따끄르 (Itakry)라는 시골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문명과 상관없이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인디헤나 아바 과라니(Ava guarani)족의 한 씨족으로 규모가 작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모든 부분에서 소외를 당하는 부족이었다. 누군가가 인도하지 않으면 혼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숲속의 인디헤나들이었다. 우리 부부가 외부인으로서는 처음 그 마을에 들어가게 되었다. 첫 예배는 까시께의 집 앞마당에서 드렸다. 온 마을 사람들이 주일마다 함께 모였다. 교회와 동시에 인디헤나 어린이들의 문맹퇴치를 위해 인디헤나 교육을 시작했다.

라 빠스 교회 성도들과 학교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예배를 드렸다. 예배 후에는 인디헤나들과 축구 시합을 하였다. 바닥도 고르지 못하고 골대도 가느다란 나무로 엉성하게 만들어져 있었지만 정말 열띤 시합이었다. 내가 인디헤나 형제들을 응원하니 라 빠스 학교 학생들은 섭섭해 했다. 경기는 언제나 인디헤나가 이겼다. 경기를 마치고 인디헤나 형제들은 "우리가 파라과이 사람을 이겼다"라며 좋아했다. 그들은 분명하게 파라과이 사람과 자신들을 구분했다. 파라과이 사람들에게 소외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갈 때 마다 나의 손을 잡으며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요", "목사님이 우리의 형제가 되어 좋아요"라고 말하던 인디헤나 형제들, 나무 열매와 새 깃털로 직접 만든 목걸이를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에 포장하여 부끄럽게 이미경 선교사의 손에 쥐어 주던 인디헤나 자매들, 비가 와서 자동차가 진흙 구덩이에 빠질 때마다 튀기는 흙을 몸에 다 묻히며 힘을 다하여 빼내던 인디헤나와 라 빠스 교회 성도들, 돌아오는 길에 "열심히 공부하여 인디헤나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지도자가 되겠다"며 다짐하는 라 빠스 학생들과 함께 인디헤나 교회는 시작되었다.

2004년에 라 빠스 학교 학생들이 '청소년 문화제 우승'을 하여 받은 책상을 까레리아이 학교에 기증하였다. 교실보다 책상이 먼저 준비되었다. 2005년 1월에 처음으로 까시께를 비롯한 인디헤나 20명에게 세례를 주었다. 2005년 예배당과 함께 교실을 건축하고 인디헤나 학교를 교육부에 등록하였다. 그들 스스로 예배당을 관리하고 오두막 교육관을 세웠다. 예배당의 지붕이 폭풍으로 여러 차례 파괴되었으나 인디헤나 성도의 해결로 보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지반이 약해져 한쪽 벽이 무너져 현재 다른 위치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인근에 있는 다른 부족에게도 복음을 전하는 기반이 되어 다른 부족의 추장을 비롯한 15명에게 세례를 주었다. 까레리아이 부족은 외부인들이 새로 전입하거나 발전하는 마을이 아니다. 이 인디헤나 공동체는 모두 세례를 받아 복음화 되었고, 이제 그들의 자녀들이 성장하여 세례를 받기 시작하였다. 이후 밀림이 파괴되고 브라질 사람에 의해 콩 농사가 시작되면서 마을이 두 지역으로 나뉘어졌다. 이에 따라 원래 함께 모이던 '까레리아이 장로교회'와 함께 '떼꼬아 뿌아흐 장로교회' 두 교회가 되었다. 나도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요"



신현광 목사 / 총회 파송 파라과이 선교사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