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건 지키자

[ 목양칼럼 ]

김현준 목사
2021년 09월 22일(수) 08:13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듯이 몸이 아픈 환자를 간병하는 일은 참 어렵다. 그런데 우리 교회에는 32세에 열차사고를 당해서 62세가 되도록 의식 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성도를 지난 30년 동안 한결같이 정성을 다해 간병하고 있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있다. 특히 두 살 아래인 여동생은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하루 종일 오빠 곁을 지키며 간병하고 있다.

그 집을 심방하면 어머니와 여동생이 얼마나 전력을 다해 환자를 간병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때 장기요양환자들에게서 풍기는 좋지 않은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욕창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고, 가래를 제거하는 썩션도 잘 해주고, 코를 통해 영양식도 제때 공급해주어서 환자가 30년 동안 침대에 누워있는데도 의식이 있는 사람보다 청결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지극 정성으로 간병을 하다보니 간병 후유증으로 80대 중반의 노인이 된 어머니와 이제 60대가 된 여동생의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 또한 두 사람 모두 간병에만 전념하다 보니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서 경제 상황도 넉넉하지 못하다.

그런데도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면 어머니는 '아들 때문에 산다'고 말하고, 여동생은 '오빠 때문에 산다'고 말한다. 겉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라 이 두 사람은 진심으로 아들을 사랑하고 오빠를 사랑한다. 의식이 없지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한다. 그래서 지난 세월을 아까워하지 않고, 가난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희생해서 침대에 누워있는 아들을 지키고, 오빠를 지키고 있는 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이 무엇이고, 가정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가족은 내 가족을 지켜주는 사람이고, 가정은 내 가족을 지켜주는 공동체다.

이런 의미에서 생각해 보면 성도는 신앙을 지키는 사람이고, 교회는 신앙을 지킨 성도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외부로는 박해와 싸우고 내부로는 이단과 싸우면서 신앙을 지켰던 것처럼 지금 모든 성도는 코로나19와 싸우면서 힘겹게 신앙을 지키고 있다. 거리두기와 비대면 상황은 예배당에 함께 모여 신앙생활을 해오던 성도들을 흩어져서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 낯선 환경으로 내몰았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서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온라인으로만 신앙생활을 하겠다는 성도들과 아예 신앙생활을 중단하는 성도들이 생겨나고 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라는 복음을 붙들고 박해를 견뎌내고 이단과 싸워 이겼던 것처럼 이 시대의 성도들도 복음을 붙들어야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신앙을 지킬 수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라는 복음은 변하지 않는다. 복음은 진리이기 때문이다.

지금 불확실한 것들로 가득하지만 사람이 복음을 믿으면 구원을 얻는 것은 확실하고 명확한 세계질서요 법칙이다. 그러니 복음을 붙들 때 코로나19 상황 가운데서도 얼마든지 신앙을 지킬 수 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성도들과 함께 복음을 붙들고 신앙을 지켜서 우리 교회를 '지킬 것을 지키는 신앙 공동체'로 만들자.



김현준 목사 / 청파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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