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만남을 위해 스마트폰 끄기

[ 주간논단 ]

이재학 목사
2021년 09월 20일(월) 08:01
이재학목사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는 매년 새로운 발명품과 기술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묻는 조사를 하고 있다. 그 조사에서 현재 가장 싫지만 없으면 살 수 없는 발명품으로 응답자의 30%가 스마트폰을 꼽아 1위를 차지했다. 사 주면 사 주는 순간부터 후회하고, 안 사 주면 사 줄 때까지 시달리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세상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거리나 커피숍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둘러보면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일상을 얼마나 지배하고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서로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대면대화는 사라지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접대화가 익숙해졌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생활화하는 현대의 새로운 인간형을 가리켜서 '호모 모빌리쿠스'(Home Mobilicus)라고 한다.

오늘날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서든 원하는 사람과 즉각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찾고자 하는 자료를 곧 바로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 번의 터치로 지구의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반대급부로 충동적인 반응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고독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원래 목적과는 달리 스마트폰이 인간을 더욱 고독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퓨빙'(phubbing)이다. '전화'(Phone)와 '무시하기'(Snubbing)의 합성어인 '퓨빙'은 스마트폰에 빠져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 마디로 스마트폰이 가까운 사람들과는 멀어지게 만드는 등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식당에 간 사람들을 상대로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놓아둔 경우'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상자에 넣어 두는 경우'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난 후 피실험자들에게 식사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주위가 산만했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둔 경우의 피실험자들은 대화가 산만하게 느꼈으며, 그 결과 친구나 가족과의 식사 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고 답을 했다. 그런가 하면, 영국 더비대 연구팀의 자히르 후세인 박사는 "스마트폰은 사용자에게 자기애적인 성향을 일으킨다"고 했다. 그래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로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사람은 '자기애'라는 부정적인 성격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스마트폰은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만 아니라 신앙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섬기고 있는 교회 비전센터 옥상에는 교우들의 건강과 교제를 위해 풋살경기장이 있고, 지하실에는 탁구장이 있다. 그런데 교우들이나 학생들은 그곳을 찾지 않는다.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게임이나 SNS에 열중할 뿐이다. 심지어 예배 중에도 스마트폰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목사가 열심히 설교를 하고 있는 그 시간에도 교우들 중에는 고개를 숙여서 부지런히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내용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스마트폰은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스마트폰이 나를 인터넷 세상으로 인도하시는도다."

덴마크 행복연구소는 페이스북을 끊으면 삶의 행복도가 올라간다는 결과를 발표했었다. 즉 페이스북을 중단한 참가자는 행복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실제 사회 활동에도 더 많이 참여하게 됐고, 페이스북 사용자보다 분노와 외로움도 덜 느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불안해하는 상대의 손을 잡아주거나 슬플 때 감싸줄 수 있는 것은 대면식 의사소통에서만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친구간의 친밀도와 관계없이 대화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꺼둔다는 것은 생각도 하기 힘든 시대이다. 하지만 성도는 좋은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만남을 위해, 그리고 하나님과의 행복하고 은혜로운 만남을 위해 잠시 스마트폰을 꺼두는 것은 어떨까?



이재학 목사 / 울산노회장, 울산온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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