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도덕성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21년 09월 14일(화) 13:01
길을 가다가 공사장을 만났다. 여름 장마철이 지나고 하수관을 청소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듯했다. 서너 명이 한 조가 되어지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작업장을 지나는데 그 순간 뭐가 잘 못됐는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영역했다. 쇠로 만들어진 긴 꼬챙이(연장) 끝을 잡고 작업 중인 분이 어쩔 줄 몰라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른 분들도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심하는 듯 했다.

그 때 연세가 있으신 분이 한 말씀 하신다. "병사가 자리를 지켜야지." 얼핏 무슨 뜻 인지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그 말을 한 작업자가 문제가 된 작업에 손을 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작업이 정상화 됐다. 나중에 이해하게 됐지만 초보 작업자가 긴 꼬챙이를 잡고 하수구로 밀어 넣을 때 위치를 잘 못잡은 것이다. 실수인지 아니면 어떤 잘 못인지는 모르지만 하수구를 뚫기 위해 사용되는 연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위치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만 위치를 잘 못 잡아도 틀어져서 작업을 계속할 수 없는 사항이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고참 작업자가 한 말이 "병사가 자리를 지켜야지"이다.

최근에 방송되는 광고 카피가 눈에 들어 왔다. "지름길 만을 찾다가는 발을 헛 디딜 수도 있다." 요즘 같이 스피드 시대에 단 한 시간, 1분이라도 빨리 가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그렇지 않으면 뒤처지게 되고, 너무 늦으면 따라 갈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목적지에 좀 더 빠르게 도달하기 위해 지름길을 선택한다. 그러나 지름길로 가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고통과 위험을 감수해야 할 때가 많다. 때로는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기도 하고, 발을 잘 못 디뎌서 낭떠러지로 구를 수도 있다. 안전을 위해서는 정해진 길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에 따라 지름길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지름길 만을 찾아가다 보면 상처만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두 이야기를 통해 서 있어야 할 곳과 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병사가 경계 근무를 하건, 작업을 하든 주어진 자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임무를 제대로 완수할 수 없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자리에 있어야 한다. 또 목표를 향해 나아 갈 때 빠른 길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어진 원칙을 근본적으로 무시하고 행동을 하다가는 목적지에 도달하기는 커녕 상처만 남기고 끝날 수도 있다.

한국교회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 교회를 향해 쏟아지는 비난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한국교회에 대해서 평가하는 각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기독교인들 조차도 한국교회에 대해 실망하고 신뢰하지 않는다. 특히 젊은층으로 갈수록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낮아질 뿐만 아니라 교회와도 멀어지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목회자나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성(윤리, 재정 등에 대한)을 문제 삼는다.

대사회적으로 비춰지는 한국교회 모습은 교회를 대표한다는 지도자들의 행동이다. 아무리 옳은 것을 주장하다고 해도 방법이 상식적이지 못하다면 손가락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 한국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지적은 '옳지도 못하고, 방법도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굳이 이론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교회(교인)'하면 떠올리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높은 도덕성'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덕성 잣대에서 벗어난 교회와 교인들의 행동이 보이면 가차 없이 비난이 쏟아진다. 사람들은 교회를 향해, 또 교인들을 향해 정해진 자리를 지켜 주기를 바란다.

그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이 보이면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많은 후보자들이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는 교회에서의 직분이 공개된 분들도 있다. 또 알려지지는 않은 직분자들도 있다. 장로 안수집사 집사 등이다. 주목을 받는 정치인 중에는 교역자 신분도 있다. 그들은 후보자, 정치인으로서의 평가도 받게 되지만 '기독교인'으로서 요구되는 평가도 받게 된다. 그만큼 더 조심스러운 행동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기독교인은 그 이유로 정해진 자리가 있고,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자리를 지키지 않은 결과는 교회(교인)에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에 도달할 수도 없고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기 때문이다.

박만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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