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의 자격

[ 가정예배 ] 2021년 9월 24일 드리는 가정예배

이필숙 목사
2021년 09월 24일(금) 00:10
이필숙 목사
▶본문 : 신명기 27장 9~10절

▶찬송 : 486장



출애굽 후 이스라엘 백성들이 경험했던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삶은 면허증을 발급받은 초보운전자 같았다. 그들의 머릿속으로 그렸던 애초의 계획은 단 며칠이었으나, 전혀 예기치 않게 아주 먼 길을 돌아가야만 했다. 종 된 신분으로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히브리인들이 하나님의 인도하심 아래에서 자유자가 되었다. 이집트에서 최하층민으로 살아가던 그들이 '너희들이야 말로 나의 모든 것이고, 나의 백성이다'라는 말을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정체성, 사고방식, 행동거지 그리고 현실인식은 철저하게 노예의 신분에 걸맞은 것이었다. 애굽에서 종살이 할 때에는 이 지긋지긋한 애굽에서 나갈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하기 전까지 결코 우리의 삶에도 미래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인생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향해 열려있는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신명기는 출애굽 이후의 세대 곧 광야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을 향한 계약의 선포를 담고 있다. 출애굽을 경험한 1세대 히브리인들이 광야 길 가운데에서 열조로 돌아갔다. 광야 2세대는 다시금 그들의 정체성,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과 결단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현실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 안이 아니라, 여전히 광야 길 한복판이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선포된 하나님의 말씀은 단호하다. "오늘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백성이 되었다!" 하나님은 그들을 '백성'으로 부르시지만, 그들은 여전히 떠도는 신세에 불과하다.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에는 여전히 광야 길을 걷는 초라한 인생이지만, 하나님은 그들을 초라한 존재로 보시지 않고 '백성'으로 보셨다. 하나님의 눈에는 이것이 가나안에 들어가서 거주하는 정치, 문화적 전략보다 더 근원적으로 중요한 것이었다.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상실한 채로 살아간다면, 그들이 제 아무리 풍요로운 현실을 살아간다고 해도 그 곳은 광야보다 못한 궁핍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아 잠잠하여 들으라! 오늘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백성이 되었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세상 속에서 실패해도 우리의 삶은 하나님에게 속해있다는 이 단순한 사실이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토대이다. 또한 우리의 현실 속에서 들리는 아우성들을 뒤로하고 하나님의 음성에 청종함으로써 진실로 하나님의 백성다움을 회복하는 삶을 살라는 강력한 권고의 메시지이다.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이름표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일상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우리의 정체성 그 자체에 감격하는 삶을 넘어,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상이 우리의 삶이 되어야 한다. 가나안에 들어가기에 앞서 하나님께서 간곡히 부탁한 이 두 번째 율법, 신명기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오늘의기도

우리가 광야 길을 걸어도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으로 고난과 절망의 길을 기쁨 가운데 걸어가는 우리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필숙 목사/희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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