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인간, 호모 에코시스테무스(Homo ecosystemus)

[ 주간논단 ]

안윤주 교수
2021년 09월 14일(화) 08:37
대부분의 생물은 학명을 가지고 있다. 아직 우리가 모르는 생물들이 많아서 모든 생물이 학명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생물의 학명은 나름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독도에서 발견된 신종미생물은 독도니아 동해엔시스, 우리나라 담수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인 참갈겨니는 자코 코리아누스, 미국 미시시피강 주변에서 많이 발견되는 악어의 학명은 엘리게이터 미시시피엔시스, 심지어는 소설속 주인공, 유명가수의 이름을 딴 학명들도 있다.

사람을 뜻하는 학명은 잘 알다시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다. 18세기 스웨덴 식물학자 린네(Carl von Linne)에 의해 처음 명명되었는데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생물학적 학명은 이렇지만, 다양한 특성을 가진 인간형을 의미하는 신조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예를 들어보면,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 (Homo Ludens), 소통하는 인간 호모 커뮤니쿠스 (Homo Communicus), 영적 신인류 호모 스피리투스(Homo spiritus), 공감형 인간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 등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등장한 신조어는 호모 마스쿠스(Homo maskus)가 대표적이다. 마스크를 쓰는 인류를 뜻하는 신조어는 지구상의 생물 중 마스크를 쓰는 생물은 인간밖에 없으니 그럴듯한 표현이다. 호모 마스쿠스로 살다보니 표정도 안보이고 필요한 얘기만 하게 되다보니 사람간의 친밀함도 예전만 못하다. 요즘의 또 다른 인간형으로는 플라스틱 시대에서 끊임없이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인간, 호모 플라스티쿠스(Homo plasticus)가 있다. 편리함의 추구가 만들어낸 플라스틱의 세상에서 미세플라스틱의 반격을 당하기 시작하는 인간이기도 한다.

필자는 생태독성학자이다. 생태독성학은 환경오염물질과 생태계(Ecosystem)의 상호작용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자면 미세플라스틱이 담수생태계의 물벼룩, 해양생태계의 새우, 토양생태계의 지렁이 등에 미치는 다양한 악영향에 대해 연구한다. 생태계는 중금속, 유류, 환경호르몬, 잔류성유기오염물질, 의약품, 나노물질, 미세플라스틱 등 매우 다양한 오염물질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배경물질이라고 하여 원래 환경 중에 미량 존재하는 물질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오염물질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배출된 인위적 오염물질들로 호모 사피엔스만의 편리함을 위해 개발되고 사용되어 왔다.

이제는 생태계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인류인 '호모 에코시스테무스(Homo ecosystemus)'가 등장할 시기다. 그 의미를 말한다면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그 안에서 다른 생물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인류라고나 할까?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생태계의 파괴자가 되었다고 했고, 또 다른 저서인 호모데우스(Homo-Deus)에서 인간의 생존이 위협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태계에서 생물들을 보살펴서 관리하며 조화롭게 공존하고, 오염원인자인 인간에 의해 지구촌의 다른 생물들이 억울한 피해자가 되고 있는 생태계내 피조물간의 환경불평등을 멈출 수 있는 호모 에코시스테무스(Homo ecosystemus)를 이제 추구해보면 어떨까?


안윤주 교수/건국대학교 환경보건과학과, 높은뜻광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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