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학을 육성해야

변창배 목사
2021년 09월 09일(목) 17:20
변창배 목사
대한민국 국회는 지난 8월 31일에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안을 가결하였다. 앞으로 대통령이 법률을 공포하고 교육부에서 관련 시행령을 마련하면 개정안이 효과를 발하게 될 것이다. 이번 사학법 개정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사립학교 교원 채용시험을 시도 교육감에게 강제로 위탁'하게 하는 조항이다. 사립학교의 교원 선발을 둘러싼 부정을 일소하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았으나, 기독교계 사립학교는 교원 선발권에 대한 심각한 제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70년대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평준화를 시행하면서 사학법을 개정했다. 사립학교의 공영화를 향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열린우리당이 4대 개혁입법을 추진하면서 국가보안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과 함께 사학법도 개정했다.

당시의 사학법 개정으로 법인 이사 정수 7명 중 4분의 1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2배수로 추천하는 후보 중에서 선임하는 '개방형 이사'로 선임하게 되었다. 이사장은 학교장이나 다른 학교법인 이사장을 겸직할 수 없게 되었고, 사학재단 운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학교 회계의 예산은 교직원이 아닌 외부인이 포함된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의 자문을 거치도록 했다.

일부 사립학교의 '사학비리'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이 명분이 되었으나, 당시 기독교 사학을 포함한 사학 재단 측은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침해하지 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2005년에 야당이 '사학법 무효'를 둘러싼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정치계는 논란을 겪었다. 최종적으로 2007년 7월 4일에 사립학교법은 개재정되어 사학재단의 설립 취지에 따른 사학 운영을 다소 보장하게 되었다.

이번 사학법 개정과 관련하여 교육부는 사학법 시행령에서 필기시험 위탁의 예외 조건을 마련할 견해를 보이고 있다. '사학 공동 출제'를 통해서 일부 사학들이 공동으로 문제를 출제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예외조치를 시행할 것인지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필기시험 위탁 예외 조건으로 대통령령이 정한 바에 따라 시도 교육감이 승인할 수 있다고 명시한 개정된 사학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외조항은 개정된 사학법이 근본적으로 교원 선발권을 제약한다는 비판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에서 기독교 선교는 병원과 학교를 두 축으로 전개되어, 기독교학교는 한국교회 선교 역사와 동일한 역사를 갖고 있다. 1885년에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는 배재학당과 경신학당을 세웠다. 한국기독교 초대교회는 한 마을에 교회 하나와 학교 하나를 동시에 세웠다. 예를 들면, 경상북도 봉화에 봉화척곡교회의 전통예배당과 명동서숙 건물이 나란히 보존되어 있어서 이를 증명한다. 1907년에 봉화척곡교회를 창립하고, 이어서 1909년에 봉화에 명동서숙을 세워서 민족 계몽을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

기독교학교는 '기독교적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나라와 민족이 발전하는 초석이 되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폐교를 불사하며 탄압 속에서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지켰다. 기독교학교는 항일구국운동과 민족교육의 요람으로 실력과 신앙을 겸비한 인재들을 양성하여 나라 발전에 공헌했다.

사립학교 교원 채용시험을 위탁하는 것은 교원 선발을 둘러싼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명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종교계 사립학교의 70%에 이르는 기독교학교는 인사권과 자주성에 제한을 받게 된다. 평준화정책 이후 준공립화된 사립학교들은 최근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지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학교에서 신앙과 성경 과목을 가르치기 어렵다. 기독교학교의 자주적인 운영을 법과 제도로 제한하여 기독교학교의 존립 기반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건학이념에 동의하지 않는 비신앙인, 반종교인, 심지어 이단에 속한 이들까지 기독교 학교에 임용될 수 있다는 염려가 비등하다. 일각에서는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해서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기독교사학이 민족사학의 전통을 이어서 발전하도록 지원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교회는 다음세대가 건강하게 신앙의 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기독교학교의 부흥을 위해서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뒷받침해야 한다.



변창배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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