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성별 고정관념? 인식하고 행동해야 바뀌어요

한국YWCA 정부 부처 공공홍보물 성차별 표현 다수 발견
TV프로그램 등 대중문화 속 성별 고정관념 무의식적 강요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9월 03일(금) 13:40
올 추석에도 여성이 음식을 만들고 남성은 차례를 지내야 하나요?

안그래도 명절기간은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요받으면서 남녀의 극명한 대립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데도 정부가 오히려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고 있다는 연구가 보고됐다. 환경부가 지난 명절에 공개한 '저탄소 생활실천'관련 포스터에는 여성이 명절음식을 만들고 장을 보는 이미지라면 남성은 성묘를 가거나 운전하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이 밖에도 전문직이나 기업의 대표 이미지에 여성이 배제되고 남성이 과다 등장하거나(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기업벤처부 등) 여성은 의존적이고 부수적인 존재(행정안전부)로 그려지는 경우도 나타났다.

한국YWCA연합회(회장:원영희)가 국가인권위원회 사업으로 지난 4개월간 18개 정부 부처 공공 홍보물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760건의 성차별 표현 사례가 발견됐다. 부처별·사례별로 모니터링을 분석한 결과 각 기관의 성차별 사례 평균은 42.4건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사례는 '특정 성별, 연령에 치우치거나 배제, 표준·기준으로서의 특정 성별에 대한 강조'로 전체 사례 중 34.5%에 해당하는 262건이 확인됐다. 이어 '성역할 고정관념 강화'항목이 154건으로 20.3%, '가족 이미지를 특정 유형으로 한정'하는 사례도 108건으로 14.2%를 차지했다.

성역할 고정관념이란 특정 집단(성별)에 속하는 모든 사람이 성별에 따라 동질적인 특징을 갖는다고 보는 관점이다. 여성은 순종적이고 섬세해야 하고, 남성은 능력있고 대범해야 한다는 식의 표현이 가장 단적인 예다.

TV 프로그램이나 가요, 영화 등 대중문화 속에서도 성별 고정관념을 무의식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서울YWCA가 조회수 상위 30개 웹드라마를 분석한 결과 총 56건 중 성차별적인 내용이 42건에 해당했고 성차별적 사례 중 성 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이 35.7%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드라마에서는'와이어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줘서요' '남자는 적게 입고 많이 움직여야 돼'라는 등의 대사로 특정 성을 희화적으로 묘사하거나,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나는 남자다잉' '남자는 울지 않음' '깨어나라 내 안의 남자여' 등과 같은 자막을 사용해 '남자다움'을 강조하며 성별 고정관념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차별성을 지적하는 집단이나 개인을 역으로 비난하거나, 제기되는 문제들을 사소하고 작은 문제로 치부하며 무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성평등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면서 "비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언론의 관심, 성차별적 콘텐츠와 제작자에 대한 개선 권고와 시민사회의 협력을 통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솔틴비전센터장 김지혜 목사는 "크리스찬들은 이번 연구의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좋겠다"면서 "문제적 표현에 대해 인지하고 자신의 인식과 행동들을 성찰하기 시작할 때,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성차별적 고정관념과 편견들이 깨지는 변화의 물꼬를 트게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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