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량 목회 통과시 전망과 보완점은?

김승호 교수
2021년 09월 02일(목) 08:41
우리 교단총회는 2015년 1월 국내선교부 산하에 '목사이중직연구위원회'를 조직하여 자비량 목회 연구에 착수했고, 자비량 목회자를 자비량 목회에서 벗어나게 해 주어야 함과 동시에 자비량 목회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두 가지 주장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총회에 제출한 바 있다. 2016년에 새로 정비된 이 위원회는 전도목사의 범위를 확대하여 자비량 목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자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총회에서 채택되지는 않았다. 그것은 자비량 목회의 허용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염려 때문으로 보였다.

한편, 기독교한국침례회 외에도, 최근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예수교대한성결교 등 국내 주요 교단들이 이중직 목회의 제한적 허용을 결의한 바 있다. 이런 흐름은 이미 상당수의 목회자가 자비량 목회를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자립 대상교회가 자립교회로 전환할 가능성이 점점 더 낮아진 현실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진리에 관한 내용이 아닌 목회 방법론의 변화는 어느 정도 허용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중직 목회의 허용을 결정한 교단들에서 주목한 점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총회 차원에서의 자비량 목회 허용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지만, 올 6월에 있었던 우리 교단의 목회전략연구위원회 공청회에서는 자비량 목회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이번에 우리 교단의 106회 총회에서 자비량 목회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자비량 목회를 수행해 온 자비량 목회자에게 목회적 정당성을 부여해 줄 수 있다. 또한, 이는 목회자 후보생에게도 기존의 획일적인 진로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역 선택지를 제공해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비량 목회의 교단적 허용은 해당 교단의 자비량 목회자 수를 증가시킬 것이고, 작은 규모의 교회도 재정자립 가능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목회의 다변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런데, 비록 자비량 목회가 허용된다 해도, 시행 초기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교단의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요구된다. 자비량 목회의 허용은 자칫 기존의 자립교회 교인들이 담임목사에게 목회 직 외에 다른 세속직을 가지도록 압력을 가할 여지가 있고, 자비량 목회를 한다는 명목으로 목회자가 자신의 세속직(두 번째 직)에 과도하게 신경을 씀으로 성도들을 돌보는 기본적인 사역을 등한시할 소지 또한 있다.

물론 자비량 목회자가 자신의 세속직(두 번째 직) 자체를 목회활동의 일부 혹은 전부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두 가지를 분리된 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안내가 필요하다. 게다가 자비량 목회자가 수행할 수 있는 바람직한 세속직(두 번째 직)에 대한 안내와 교육훈련 또한 교단 차원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북미의 여러 신학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듯이, 교단 소속의 신학대학 내에 자비량 목회자 과정을 설치하여 자비량 목회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목회자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비량 목회는 목회자가 목회에만 전념하는 전통목회를 대체하는 목회유형이 아니라 보완하는 목회유형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승호 교수/영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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