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기독교의 과제

[ 특별기고 ]

정원범 교수
2021년 08월 30일(월) 21:39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 전염병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전문가 100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그들은 기후위기가 우리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대답하였고, 세계경제포럼의 2021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도 같은 진단을 내렸다. 이렇게 기후위기가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인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기후재난은 생물과 인간을 포함한 지구생명공동체 멸종의 서막을 보여주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는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위기적 상황을 만들어낸 주 원인은 인간이다. 이러한 현실에 속에서 교회(기독교인)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기독교의 과제를 생각해 본다.

지구 평균기온이 1.5도가 된다는 것은 인류의 생존기반이 붕괴되는 기후재앙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IPCC는 이 위기를 막기 위해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CO2 배출량 최소 45%를 감축할 필요가 있고, 2050년까지 전 지구 CO2 총 배출량이 제로(탄소중립)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그러면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독교의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지금의 기후위기 상황은 인류를 멸절시킬 수도 있는, 코로나19와는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난 재앙 수준의 위기임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기독교의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의 문제는 이웃을 사랑하고, 지구를 돌보는 청지기 사명을 받은 기독교인이 해결해야 하는 가장 긴급한 환경선교적, 생태윤리적 과제임을 자각해야 한다.

셋째로, 문명의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를 특징으로 하고, 무한경쟁, 무한성장을 추구하는 탐욕적인 시장 자본주의 문명을,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과 무한한 욕망은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는 완전히 새로운 생태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로, 기후위기를 초래했던 잘못된 의식의 패러다임을 생태적 의식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① 인간중심주의를, 자연과 인간은 공동운명체를 이룬다는 생태적인 지구의식 또는 지구적인 생명의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② 개인주의적 인간관을, 인간은 지구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고, 자연과 다른 인간과 상호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공동체적, 생태적 인간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③ 이원론적 지배의식을, 모든 생명은 상호관계성과 상호의존성의 네트워크 속에 존재한다고 보는 통전적인 평등의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④ 기계적 세계관을, 자연(세계)은 수많은 다양한 지체들이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살아 있는 유기체라고 보는 유기체적 세계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섯째로, 사회윤리적, 생태윤리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① 기후위기의 문제는 인류 생존의 문제이고, 사회정의, 생태정의의 문제이며, 이를 극복하는 것은 지구 돌봄의 명령과 이웃사랑의 명령을 실천하는 문제이므로 교회는 적극적으로 이 일에 참여해야 하고, 모든 교회들이 연대하여 기독교는 지구돌봄의 책임을 수행하고, 기후위기 극복에 앞장서는 녹색기독교임을 천명하며, 대대적인 기후위기 극복 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②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기후위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내의 생태운동 단체들, 국제적인 생태운동 단체들과 연대하여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정의, 생태정의 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여섯째로, 경제윤리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① 오늘날의 단선형 경제에서 벗어나 자원과 제품의 높은 효율성과 재활용 등을 통해 생산, 소비, 폐기의 과정이 순환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② 에너지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소비지향적인 삶의 방식을 지구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생태적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생태적인 삶이란 예를 들면,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고, 재생에너지 설치에 적극 동참하고, 과도한 소비를 줄이고,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육류보다는 야채 위주의 식단을 선호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선호하고, 전기차를 구입하는 것 등을 말한다.

일곱째로, 정치윤리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① 정부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획기적이고도 과감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② 정부가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체계를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산업체계로 전환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③ 기후위기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온실가스가 절감될 수 있도록 지금의 탐욕적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지구생명공동체의 돌봄,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강자와 약자의 공존을 지향하는 생태경제체제로 바꾸는 일에 투신하는 정치인을 선출해야 한다.

정원범 교수 (대전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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