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통합·합동 목회자 89.6% '이중직' 찬성

이중직(자비량) 목회자 실태조사 발표…목회자에게 적합한 이중직종 개발 필요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1년 08월 25일(수) 17:40
"변화하는 목회 환경과 선교적 상황을 분별하여 하나님의 선교와 우리 사회의 공공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자비량 목회를 본교단이 인정하는 목회 형태의 하나로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국내선교부(부장:임현희) 산하 포스트코로나시대목회전략연구위원회(위원장:조건회)가 연구 보고한 이 같은 자비량 목회(이중직) 헌의안이 오는 제106회 총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지난 제100회 총회를 시작으로 신학적 분석을 통한 연구에 연구를 이어온 끝에 긍정적 결과를 이번 회기 도출했다. 위원들은 오는 106회 총회에서 자비량 목회 허락 안이 통과될 경우 코로나19 위기 속 급변하는 목회 사역의 다양성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목회 환경, 선교적 및 교회론적 관점에도 큰 변화가 일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위원회는 '이중직' 용어를 '자비량 목회'로 변경해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한 제106회 총회 총대들의 견해와 입장이 자비량 목회 허락의 최대 변수로 남은 가운데 본교단과 예장(합동) 총회 등이 공동으로 목회데이터연구소를 통한 '이중직(자비량) 목회자에 대한 인식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지난 8월 25일 발표했다.

정책 결정을 뒷받침할 실제 현장의 여론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출석교인 50명 이하 교회를 시무하는 예장 합동 측 목회자 168명과 본교단 소속 목회자 23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응답자의 89.6%는 자비량(이중직)에 대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49.4%는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응답했고, 40.1%는 목사/목회의 새로운 유형으로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10.4%의 목회자는 목회가 어려워도 (자비량 목회를)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설문을 발표한 목회데이터연구소 김진양 부대표는 "교회 성장이 멈추고 있는 추세에서 목회자가 교회의 사례비만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리고 있다"며, "이번 조사가 각 교단의 이중직(자비량 목회)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목회자들이 자비량 목회를 찬성하는 이유는 단연 경제적 문제였다. 어려운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는 응답자가 45.2%로 가장 많았고, 23.2%는 교회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소신껏 목회할 수 있어서, 12.4%는 믿지 않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선교적 교회 가능, 8.8%는 자비량에 대한 재능/세상 직업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어서 등의 답변도 뒤를 이었다. 특히 응답자의 48.6%는 현재 자비량 목회를 수행하고 있거나 과거에 수행했고, 51.5%는 자비량 목회를 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자비량 목회를 시행 중인 220명의 목회자 중 55.5%는 교회재정 상황이 넉넉해지면 자비량 목회를 그만두겠다, 39.5%는 교회 재정과 상관없이 자비량 목회를 계속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자비량 목회 동향에 대해선 향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뚜렷했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63.5%는 매우 그렇다. 31.9%는 약간 그렇다로 나타나 95% 이상이 증가를 예상했다. 또 생계가 아닌 전문 직업을 가진 목회자가 많아져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85%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자비량 목회를 위한 직업 교육과 일터 연결 등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응답자의 79.5%는 필요하다고 했고, 18.8%는 불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총회와 노회에 바라는 지원 정책 분야에 대한 물음에 목사에게 적합한 직종 개발, 총회법의 완전허용, 정보제공, 신학 정립, 개인에게 적합한 상담 및 코칭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목회자들은 자비량 목회 시행을 결정할 때 정체성 문제로 힘들어 하는 것으로 확인돼 목회자의 소명과 정체성 확립을 위한 총회 차원의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자비량 목회 선택의 기준에 대해선 37.3%는 수입(경제)이라고 응답했고, 31.4%는 근무일/근무시간 조정의 자유로움, 22.3%는 근무조건, 5.9%는 직업에 대한 주위의 인식/평판 등을 지목했다. 자비량 목회의 직종(업종) 결정 시 겪은 어려움에 대해 54.5%는 목회에 지장을 주지 않는 자비량 목회직을 찾기 어려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18.2%는 재능/기술이 없어서 할 수 있는 자비량 목회를 찾기 어려웠다, 6.8%는 원하는 수입이 있는 직종을 찾기 어려웠다, 5%는 자비량 목회에 대한 신학적 확신이 없었다 등으로 나타났다.
수행한 적 있는 자비량 목회의 업종으로는 단순 노무직이 22.3%로 가장 많았으며, 자영업, 택배/물류, 학원강사/과외, 대리운전/택시, 카페/음식점, 교사, 일반 사무직,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농/임/어업, 목공/도배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한편 자비량 목회를 하면서 가족, 교인, 주변 지인들로부터 지지를 받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2.7%는 약간 그렇다, 34.5%는 매우 그렇다로 전체 77.3%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22.7%는 그렇지 않다고 해 부정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비량 목회 수행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24.1%가 육체적인 피로를 꼽았다. 16.4%는 설교준비 시간 부족, 15.9% 목회자로서의 소명감 및 정체성 혼란, 11.8%는 성도돌봄시간 부족, 6.8%는 주위 목회자의 시선, 2.7%는 일터 세속 문화 물들어감 등이라고 우려했다.자비량 목회 중 일터에 대한 인식 변화에 대해 85.5%는 일터도 목회자가 감당해야 할 사역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 반면, 4.1%의 소수이지만 험하고 세속적인 일이어서 처음보다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응답했으며,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이날 총회의 자비량 목회에 대한 경과와 대응 방향을 소개한 총회 국내와특수선교처 문장옥 총무는 "과거의 전통적인 관념을 뛰어넘어야 할 새로운 목회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절박한 상황에 처하면서 자비량 목회라는 현실적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며, "자비량 목회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 수립의 토대가 마련된 만큼 이번 현장 실태조사가 정책 수립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길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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