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에게 자신의 간을 떼 준 목사

서울남노회 초대교회 강병철 목사, 생간 70% 기증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1년 07월 26일(월) 07:39
간 이식을 받은 집사가 일반 병실로 옮겨지지 공여자 강병철 목사가 병실을 찾아 손을 맞잡았다.
지난 23일 서울대학교 병원을 찾은 기자와 만난 강병철 목사 부부.
"목사가 교인들에게 맨날 말씀에 순종하라는 설교를 하는데 정작 목사가 하나님 말씀에 순종을 하지 않으면 안되잖아요. 간 이식을 결정하고 수술을 하기 전 7개월 동안 마음 속이 알 수 없는 기쁨과 평안으로 가득찼어요."

서울남노회 초대교회 담임 강병철 목사는 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는 교인을 위해 자신의 간을 공여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19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이식 수술을 했다. 지난 23일 병원을 찾은 기자에게 강 목사는 "다행해 수술이 잘 되어 이식을 받은 집사님도 건강하고 저도 회복이 빨리 되고 있다"라며 "생간을 70%를 잘랐으니까 순간순간 아프기는 하지만 많이 괴롭지 않았다"라며 자신의 상태에 대해 말했다.

강 목사가 자신의 간을 교인에게 공여하게 된 전말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11월 말 교회의 한 집사가 간경화에서 간암으로 악화되어 생존을 위해서는 간 이식밖에 없다며 강 목사에게 기도 부탁을 했다. 이러한 부탁을 받고 기도하던 중 강 목사는 기도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하나님의 감동이 와서 하나님께 받은 은혜가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라며 "환자의 가족들도 간 공여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자연스럽게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식 수술을 한 날 쌍무지개가 떴다며 교인 중 한 명이 보내주었다는 사진. 이 무지개를 보며 강 목사는 노아의 홍수 후 언약을 주신 하나님이 생각났다고 한다.
이러한 결심 후 그는 지난해 12월 28일 간 공여를 위한 서명을 했다. 아내도 남편의 결정을 묵묵히 따르기는 했지만 최악의 경우 수술 후 공여자도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개월 간 마음을 앓기도 했다고. 자녀들도 아버지의 결정에 "존경하는 아버지의 결정을 존중합니다"라고 말해 주었다고 한다. 특히 독일 뉘른베르크 오페라극장 주연배우를 하고 있는 큰 아들에게는 5월 25일 병원 윤리위원회의 심사가 있기 전날 화상회의로 이 같은 결정을 말했더니 눈물을 흘리며 "힘들고 어려운 결정하셨습니다. 존경합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강 목사가 간 이식을 결정한 후 자신이 간을 이식할 수 있는 지 검사를 하고, 병원 윤리위원회의 심사 및 국가의 승인을 받는데 까지는 약 7개월의 기간이 소요됐다. 이 기간동안 그는 자신의 결정이 성도들의 마음을 어렵게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결정을 비밀에 붙였다가 6월 마지막 주 예배시간 설교를 통해 공식적으로 자신의 결정을 이야기 하고 교인들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담임목사의 이러한 결정에 성도들은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자발적으로 매일 저녁기도회를 시작했다. 코로나19 방역 4단계가 발효되자 7월 첫 주부터는 시간별로 릴레이 기도로 전개했다.

강 목사는 회복을 위해 2~3달은 충분히 쉬어야 한다는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8월 셋째 주부터는 다시 설교를 위해 단 위에 설 예정이다.

강 목사는 "제가 특별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목회를 하는 기간 내내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시리라고 믿고 지내왔던 것처럼 이번 일을 겪으면서도 하나님이 모든 것을 책임져 주실 것을 믿고 평안하게 있었다"라며, "저를 위해 오랫동안 기도해주신 교인들과 지인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오히려 교인들과 지인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강 목사는 지난 24일 퇴원했으며, 간 공여를 받은 집사도 수술 후 경과가 좋아 22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진 상태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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