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기쁨보다 고난...노동자 상황 이해 힘써야

영등포산업선교회 '기독청년 노동훈련'보고대회 개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7월 19일(월) 09:49
"교회는 사람의 생명이 기업의 이윤보다 위에 있음을, 그것이 생명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뜻임을 세상에 선포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더이상 자본의 논리에 사람이 희생되지 않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영등포산업선교회의 '기독청년 노동훈련'에 참여해 6개월 간의 훈련을 마친 최동빈 씨(장신대)는 "종교가 노동자의 삶과 아무 관계 없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기 때문에 오늘날 많은 이들이 종교에 무관심하다"면서 "노동 환경은 많이 좋아졌지만 구의역의 김군,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 평택항의 이선호 등 여전히 많은 이들이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현장에서 일을 하다 쓰러진다. 이를 위해서 교회는 노동하는 이들의 상황과 마음을 알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장신대 신학생 2명을 대상으로 '노동현장훈련'을 진행했다. 지난 16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지난 6개월 동안 노동훈련을 받는 훈련생들의 보고대회가 열렸다.

'노동현장훈련'은 지난 1984년 노동훈련을 통해 노동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이를 토대로 신학생과 기독청년의 신학적인 성찰을 돕고, 노동선교 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2002년을 끝으로 중단됐다가 현대의 노동상황에 맞춰 20여 년 만에 다시 재개돼 눈길을 끌었다.

배달 플랫폼 노동과 '택배분류' 아르바이트 현장을 경험한 최동빈 씨는 "플랫폼 노동을 직접 경험하고 택배노동자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니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고 계속 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그들의 구체적인 삶이 보였다"면서 "시간 안에 배달을 마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오토바이를 타고, 몰려오는 많은 화물들을 밤늦게까지 트럭에 싣고 다녀야 하는 이들에게 노동은 기쁨보다 고난과도 같았다. 교회가 노동현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보고했다.

뒤이어 유리진열장 공장에 취업한 김주역 씨는 "중소기업에 단기 취업을 한 20대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어려움을 들을 수 있었다"면서 "노동에 대한 배려와 이해로 20대 청년이 느끼는 외로움과 어려움을 교회가 품어줘야 한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교회가 청년 공동체를 지원하는 멘토 역할을 통해 청년들이 소외되지 않게 해줘야 한다"면서 "코로나19로 정보격차가 심하고 정부 정책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회에서 좋은 정보들을 나눈다면 청년들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같이 일하던 청년 중에 종교가 있는 청년은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한번도 교회에 나가 본 적이 없었다"면서 "사회와 교회는 청년을 찾아야 한다. 더는 교회가 청년을 잃어서는 안되고 사회와 국가 역시 청년들을 후순위로 미뤄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이날 보고대회에 앞서 열린 감사예배는 신승원 목사(일하는예수회 회장)의 인도로 최동빈, 김주역 훈련생의 기도, 이근복 목사(조지송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의 '씨뿌리는 기쁨'제하의 말씀, 홍인식 목사(NCCK인권센터 이사장)의 축도로 진행됐다. 보고대회가 끝난 후에는 김경태 목사(대구 구민교회)가 훈련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날 감사예배 및 보고대회는 일하는예수회·조지송목사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영등포산업선교회가 주관했으며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도농사회처가 후원했다.

한편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이번 노동현장훈련을 기점으로 '예장 민중교회 목회자 훈련'의 전통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손은정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는 "노동훈련을 희망하는 신학생-기독청년을 모집하여 훈련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면서 "훈련의 전문화, 노동훈련 희망자 모집, 훈련 이후 기독노동연구회(가칭) 활동으로 확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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