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인도하심

[ 목양칼럼 ]

윤석근 목사
2021년 07월 21일(수) 08:54
필자는 부부 목사다. 남편이 나이 50이 넘어 신대원을 들어가 목사안수를 받았다. 필자는 평화의교회 담임을 하고 남편은 다문화 사역을 한다. 그러면서도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을 하며 함께 사역의 길을 가고 있다. 왜냐면 다문화 가정들이 우리 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세례도 받고 직분자로 신앙생활을 해나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필자도 많은 다문화 가정에 심방을 하며, 다문화 행사를 도와야 하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다문화 사역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의료 봉사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해 주는 교회에서 처음으로 우리 다문화 가정을 받아주고 진료해 주었다. 이로 인해 다문화 가정들을 가족 단위로 모시고 다니면서 가깝게 지내게 되었고, 나중에는 '생명사랑 의료팀'에서 우리 교회를 매월 한번씩 방문해 진료해 주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로 중단하고 있지만, 의료팀의 사역은 다문화 가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문화 가정들이 함께 모여 자기나라의 음식을 만들어서 먹으며 가까운 이웃들을 모시고 매년 잔치를 하기도 했다. 이 행사는 자신들의 솜씨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이웃과 함께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해 전도의 통로가 되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주변의 큰 교회들이 주방과 식당을 빌려주었고, 이러한 이웃교회의 동역은 교회의 행사를 넘어 마을의 큰 잔치가 되게 했다.

지금은 다문화가정들에게 봉제기술을 가르치며 일자리 창출을 하고 있다. 작은 교회가 이러한 사역을 펼쳐 나갈 수 있는 것은 이웃 교회들은 물론 지역의 여러 크고 작은 모임들에서 도움을 주시는 손길이 있기에 가능하다. 멀리 해외 교회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보내오고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도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하게 된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우리는 따라가기 바쁠 뿐이다.

다문화 사역을 하다보면 가슴 아픈 사연들을 만난다. 20·30대 밖에 안되는 젊은 나이에 이혼하는 가정들을 보게 된다.

아이들도 예쁘게 자라고 다문화 가정 엄마들도 한국에 적응하여 잘 지내다가 남편이 나이가 많아 실직하면서 시골 본가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겼을 때 서로 갈등이 생겨 이혼하거나, 본국에서 온 친구들을 만남으로 서로 오해하여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서로 헤어지는 것을 볼 때면 큰 아쉬움이 남는다.

자녀가 3명인데 남편이 택배기사로 일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혼자된 다문화 가정, 갑자기 남편이 죽고 시어머니와 함께 살거나, 시아버지만 모셔야 하는 젊은 외국인 며느리 등 다문화 가정에서 나타나는 애환은 더 애닯다.

부부가 서로 착하고 성실한 분들의 가정은 부유하지는 않지만 아이들도 안정되고 가정을 잘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걸 보게된다. 이들은 비교적 신앙생활도 잘 하고 있다. 어느 엄마가 "이혼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예수님을 바라보며 기도해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언어소통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신앙이 조금씩은 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 다문화 가정의 엄마 아빠가 자녀의 영어공부를 위해 교회에 보내는 것을 보면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자 하는 마음은 세계 어느 부모나 똑같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사춘기를 보내면서 아이들에게 약간의 사고도 있지만 이는 다 성장하는 과정이라 생각 된다.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고 나는 한국 사람이예요"라며 자기 정체성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아이들, 다문화 사역은 주님이 기뻐하시는 세계 선교의 길이라고 믿는다.



윤석근 목사 / 평화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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