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에 '집'이 가장 무서운 사람들

2021종교인회의 종교인대화마당 '기후위기 시대, 정의로운 공간을 상상하다'
종교인, 정책 마련 지지 필요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7월 08일(목) 16:48
"추워도 참아야 하고 더워도 참아야죠. 내 집이 아닌데. (더위, 추위) 그런 거 뭐 느끼고 할 만한 여유가 없어요. 더위 먹거나 그래도 작년에 살았으니까 금년도 지내고 이겨내고 내년도 또 대비하고…"(김00 서울 쪽방)

"아무래도 고생하죠. 사람이니까요. 더울 때는 에어컨 바람 시원하니까 여기 타임스퀘어 와서 조금 쉬고 때가 되면 가고 그래요."(최00, 서울 고시원)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서 얼어 죽고 그래요. 겨울에는 보일러 때고 이불을 막 덥지. 잠바 입고 안 벗어야 돼요. 우리가 감기약을 계속 갖다 놓고 먹는거야. 웃 공기가 추우니까."(김00, 이00 서울 옥탑방)

매일같이 무더운 날씨에 집이 삶의 피난처나 안전한 공간이 되어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집은 한파와 폭염 등 다양한 기후위기의 상황에서 이들의 삶을 보호하지 못한다.

지난 6일 '기후위기 시대, 정의로운 공간을 상상하다'를 주제로 열린 2021 종교인회의 종교인대화마당에서 최예륜 객원연구위원(사회공공연구원)은 "에너지 빈곤은 빈곤 그 자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와 주거불평등'을 주제로 발표한 김 연구위원은 실제로 역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지난 2018년 질병관리본부의 통계를 통해 온열질환 환자의 증상 발생장소 1위가 '집'이라고 밝혔다. 이는 주거환경에 따라 자연재해에 더 노출되고 피해가 크다는 뜻이다. "에너지 빈곤은 빈곤의 문제이며 주거의 문제"라는 최 연구위원은 "가난한 이들이 에너지 서비스에 제약을 겪으면서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또 에너지 이용방식은 살고 있는 주거 환경에 크게 좌우 되기 때문"이라면서 "흔히 집은 가장 안전한 장소로 여겨지지만 누군에게 '집에 머물라'는 지침은 오히려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일이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머무는 사람에게 집은 안전한 장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혜령 교수(이화여대)는 '기후위기와 주거불평등, 그리고 종교'를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기후위기의 논의를 '주거'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실제적으로 생존의 위기에 처한 우리 이웃에 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면서 "종교인들이 먼저 주거권이 개인의 능력이 아닌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살지 못할' 집에서 비극적인 삶을 살아서는 안된다는 인식의 전환을 공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또 "제도적으로 최소한의 주거권이 보장되는 정책이 만들어질 때, 시민들 간의 인식차이를 종교가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주거빈곤층을 시혜적인 입장이 아니라 인간다운 권리로 지지하고 정의로운 제도가 조속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교수는 "종교인으로서 각자의 종교 언어 속에서 인간다움의 권리를 지지하고 지키는 말과 생각을 현대적으로 풍요롭게 부활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과 또 기후난민, 주거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포용과 환대의 정신을 확장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전했다.

종교환경회의는 기독교와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4개의 종단별 환경운동단체들이 연대한 환경운동연합운동 단체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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