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도 뉴미디어다- ③진공관 앰프

[ 뉴미디어이렇게 ]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21년 07월 06일(화) 16:24
오랜 역사를 지닌 제품이라도 처음 사용하는 사람에겐 뉴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은 진공관(tube)을 사용하는 오디오 앰프.
CD 대신 LP로 음악을 들으면서, 귀가 많이 편안해진 것을 느꼈다. 레트로 감성 때문에 LP와 턴테이블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귀에 거슬리지 않는 음악 감상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뭔가 아쉬웠다. 엘피 판이 시디보다는 음악 감상에 더 낫지만, 뭔지 모르게 여전히 거슬렸다. 왜 그런지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결론은 소리를 증폭시키는 앰프였다. 재생 매체를 CD에서 LP로 바꿨고, 재생 기기도 CD플레이어에서 턴테이블로 바꿨지만, 앰프는 여전히 디지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앰프를 교체하기로 했다. 선택지는 하나였다. 바로 진공관 앰프. 그래서 진공관 앰프를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웬만한 것은 수백 만 원대, 그리고 맘에 드는 것은 수천 만 원대여서, 그렇게까지 투자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진공관 앰프 조립 키트를 발견했다. '조립'이란 말에 눈길이 갔다. 어린 시절부터 전기 제품에 관심이 많아서, 라디오 키트를 조립하기도 했기 때문에, 진공관 앰프 조립에 과감히 도전해 보기로 했다. 모양새는 별로지만 '진공관을 비롯해 부품들이 수백 만 원대 완성된 메이커 제품에 필적할만 하다'는 홍보 문구가 필자를 유혹했다.

진공관 조립 키트를 주문하고, 납땜용 인두를 비롯해서 전기 테스터기 등 조립에 필요한 도구들도 구입하고, 진공관 키트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진공관 앰프 제작에 관한 책도 구해서 나름 공부를 열심히 했다. 워낙 전문적인 내용들은 몇 번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임에도 정작 초보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주지 않아서, 실제로 키트를 조립하다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되는 막막한 상황에서는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꽤 괜찮은 진공관 앰프를 조립해서, 지금은 정말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진공관 앰프가 나에겐 뉴미디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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