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솔레(City Soleil)의 미래는 아이들

[ 포토에세이 ] 시티솔레(City Soleil) : 어둠 속의 작은 빛

홍우림 작가
2021년 06월 30일(수) 10:00
온갖 쓰레기와 가난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모든 것이 내가 이 땅에서 볼 수 있는 전부일까? 내가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고 싶었을 때쯤 언제 부턴가 눈에 한 가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로 '아이들'. 놀랍게도 이곳 인구의 절반이상이 25세 이하의 아이들과 청년들이다. 길거리를 다니나 마을 구석구석에 들어가서 보나 항상 어린아이들과 청년들이 주변에 서성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나의 관심은 주로 이들에게 향했다. 그렇게 프레임에 이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담아가고 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마을의 내일은 이 아이들이 주인공이겠구나. 하지만 이 막막한 현실 속에서 이들의 내일은 과연 어떻게 될까? 결국 이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대안이 생기지 않는다면 이 고통의 현실은 계속 반복되고 답습될 뿐이다.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어른의 모습이 어쩌면 이들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진의 무게가 무거워 지기 시작할 쯤 어느날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우연히 마을에 있는 작은 학교의 빈 교실을 지나가던 중 어디선가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눈 앞에 나타난 두 명의 사람. 조용히 칠판에 필기를 하는 선생님과 그것을 받아 적는 한 학생. 조용한 이 공간에는 오직 이 둘 뿐이었다. 두 사람은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고 계속 수업 내용을 적기만 했지만, 그 진지함과 열기는 너무나도 강렬했다. 최대한 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 교실 벽에 최대한 붙어 숨을 죽이고 나는 조용히 그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관찰했다. 어쩌면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이 모습이 앞으로 내가 찍어야 할 사진의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조용히 셔터를 눌렀고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한 장의 사진이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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