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도 뉴미디어다-①카세트 데크

[ 뉴미디어이렇게 ]

이종록 교수
2021년 06월 29일(화) 13:47
카세트테이프는 그것을 사용해 본적이 없는 젊은이들에겐 뉴미디어일 수 있다.
얼마 전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가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했다. 지금은 성장해서 결혼한 아들이 태어난 지 17개월쯤 되던 때 공놀이하면서 노는 장면을 녹음한 것이다. 1989년 10월 2일에 녹음했으니까, 32년 세월이 흘렀다.

녹음한 것을 들어보려고 했는데, 문제는 이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할 플레이어가 집에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카세트 더블 데크를 포함한 오디오 콤포넌트를 사용했는데, 저장 매체가 카세트테이프에서 시디(CD)로 넘어오면서 카세트 데크는 처분해버린 지 이미 오래인지라, 30년이 훌쩍 넘은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해 들어보고 컴퓨터에 연결해서 디지털화하기 위해 중고 카세트 데크를 구입했다.

카세트 데크에 카세트테이프를 넣고 재생하면서 필자는 32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같은 소리라고 해도 디지털 기기로 듣는 것과 낡은 카세트 데크로 듣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전혀 다르다. 온 세상이 디지털로 뒤덮인 것 같아도, 실제로 거의 대다수는 아날로그이고 거기에 디지털 보자기를 씌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에 복고를 의미하는 레트로(retro) 바람이 강하게 분다는데, 특히 광고는 레트로적인 것에 어설픔과 촌스러움을 더한 게 인기라고 한다. 그 까닭은 네이티브 디지털 세대가 의외로 아날로그적인 레트로 감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란다. 기기는 최첨단 디지털, 감성은 레트로적 아날로그,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레트로가 과연 모든 세대에게 동일하게 레트로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카세트테이프나 카세트 데크는 필자가 예전에 사용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디지털 시대에 다시 사용한다면 레트로라고 할 수 있지만, 그 기기를 전혀 사용한 적이 없는 MZ세대들에게는 그것은 결코 레트로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미디어이다. 이런 점에서 뉴미디어가 갖는 정의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종록 교수/한일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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