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여, 일어나라"

[ 주간논단 ]

송인동 교수
2021년 06월 22일(화) 08:08
1차 산업혁명에 이어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19세기는 콜레라 팬데믹이 세 차례 세계를 휩쓸었다. 1차 팬데믹 때는 1821년(순조 21년) 조선에서만 해도 10만 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고, 3차 팬데믹 때는 러시아의 경우만 하여도 백만 명 가량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세기 산업혁명을 선도하던 영국도 질병과 실업 등에 의해 초래된 가난과 사회문제를 제대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산업화로 당시 영국은 도회지 인구가 농촌 인구를 앞질렀지만 도회지로 몰려온 시골 인구는 숙련도가 낮아 저임금과 불규칙한 수입으로 도시빈민으로 전락하곤 하였다. 19세기 중반 런던에는 시골에서 생계를 위해 도회지로 나온 10대에서 20대 청소년들 15만여 명이 살고 있었다. 게다가 19세기는 제국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진화론 등의 등장으로 사상적인 격변기였다.

1844년 시골 출신 23세 조지 윌리엄스를 중심으로 하는 12명의 청년들이 런던의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범죄에 빠지곤 하는 젊은이들을 위하여 성경공부와 기도 모임 등을 통한 영적 상태 개선 운동을 시작하였다. 이 운동은 여러나라로 퍼져나가 1855년 파리에 각국 청년 지도자들이 모여 이른바 '파리기준(Paris Basis)'이라는 운동의 지침을 마련하게 되었다.

파리기준은 서문, 본문, 제안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있다. 그 중 서문의 첫 항은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와 연합은 사람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파리기준의 본문은 성경, 예수 그리스도, 청년들, 하나님 나라 등을 핵심어로 제시한다. 이 파리기준은 세계기독교청년회(YMCA)의 근본이 되었고 세계기독학생연맹(WSCF), 세계여자기독교청년회(YWCA), 그리고 나중에는 세계교회협의회(WCC)의 기초 역할을 하였다.

독실한 개신교 신앙을 지닌 24세 청년 앙리 뒤낭은 1852년 스위스에 기독교청년회 운동을 시작하였으며 파리기준의 제정에도 기여하였다. 산이 많은 스위스의 우편 배달 시스템이 작은 마차에 의존하던 때에 뒤낭은 유럽과 북미 각처의 그리스도인 운동가들과 편지를 교환하였다. 하나님 나라를 향한 열정과 그칠 줄 모르는 그의 편지쓰기는 기독교청년회 세계 본부가 당시 국제적 도시이던 런던, 파리, 뉴욕이 아닌 알프스 산골의 제네바에 자리잡게 만들었다.

이어 뒤낭은 35세 때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창설하여 그 본부를 제네바에 두었다. 이후 제네바에는 ILO, WHO 등 유엔기구를 비롯한 20개 이상의 국제기구와, 세계교회협의회를 비롯한 250개 이상의 국제NGO들이 자리잡게 되었다. 45세 때인 1873년 뒤낭은 "허다한 시련들이 쓸모 없는 게 아니고 우리를 정화시켜 하나님 나라 일꾼으로 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편지에 고백하였다.

한편, 파리기준 서문의 둘째 항은 나라별, 지역별 기독교청년회는 각각의 독립성을 지닌다고 규정하여,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외교권이 박탈된 일제강점기에 이상재 선생이 이끌던 조선기독교청년회가 일제의 강압에도 불구하고 세계연맹에 정식회원으로 가입하였고, 배재학당 학생기독교청년회가 세계기독학생연맹에 정회원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50대에 복음을 받아들이고 하나님 나라를 향한 사명으로 청년운동가가 된 이상재 선생은 일제의 조선 강점을 하나님의 주권에 반하는 것으로 굳게 믿었다. 일제 강점기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다양한 연합 운동은 피폐한 백성들에게 소망이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 국민들의 우울 평균점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20대~3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보고를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하였다(2021년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우리 사회에서 이 연령층 청년들은 사회에 막 진입하거나 사회에서 가정을 이루고 자리를 잡아가야할 세대인데 사방의 출구가 막혀버린 봉쇄(Lockdown)라는 어둠 속에 잠겨있다.

2020년 국제노동구기구(ILO)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청년 6명 중 1명이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이야기되고 있는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젊은이들이 실직과 가난과 우울 속에 갇혀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6월 초 105개국 1400여 명이 등록하여 사흘 동안 진행된 청년일자리 온라인 토론회(세계기독교청년회 주관)가 열렸고 각국 청년들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었다.

이 토론회에서 돌봄경제, 창의적 경제, 친환경경제 등이 청년들을 위한 제대로 된 일자리(decent work)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9)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이여, 일어나라"는 말씀으로 나인성 과부의 외아들을 살리신(눅 7:14. 공동번역) 예수 그리스도의 긍휼과 은혜가 "흑암에 앉은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이 비치었도다 하였느니라"(마 4:16)는 말씀대로 이 시대의 힘들어하는 청년들과 곤고한 사회에 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송인동 교수/호남신대·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및 세계YMCA연맹 실행이사

광주양림교회 장로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