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무기가 '파이프 오르겔'로...DMZ 연주의 꿈

홍성훈 오르겔바우 마이스터, '가장 한국적'인 오르겔로 '평화의 메시지'전하고 파
무기 오르겔 제작 닻 올려 ... '건반위의 평화' 설립하고 릴레이 연주회 시작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6월 17일(목) 17:39
"무리가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이사야 2:4)

올해는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아픈 역사를 품고, '평화'의 역사를 시작한지 71주년을 맞는 해다. 그러나 이 땅은 여전히 '전쟁'이 진행 중인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 기류는 상존하며 언제든지 평화를 위협하는 뼈아픈 현실은 2021년 6월까지도 '그 날의 비극'과 연결되어 있다.

오르겔바우마이스터 홍성훈 씨가 "이사야 선지자가 선포한 평화의 외침을 한반도에 재현하겠다"는 외침이, 그 스스로도 "저질렀다"고 표현할만큼 어쩌면 다소 무모한 이 결단이 그럼에도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분단된 한반도에 '생명과 평화의 하나님 나라'가 임하길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홍 마이스터는 2023년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해에 DMZ에서 생명을 파괴하고 평화를 무너트리는 살상의 무기들로 오르겔을 제작해 평화를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살상을 위해 사용된 전쟁의 무기들을 재료로 파이프오르간을 제작한다면 어떨까? 전쟁도 평화도 승리도 없는 정전체제가 계속되고 있는 한반도에 이 보다 더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가 과연 있을까?"

지난 15일 양평의 '홍성훈 오르겔바우'에서 국내 1호 오르겔바우 마이스터 홍성훈 씨를 만났다. 오르겔바우 마이스터는 '파이프 오르간을 제작하는 명장'이란 뜻으로 국내 파이프오르간 200대 중 20대가 '홍 오르겔'이다. 현재 강화도의 작은교회에 설치될 21호 '홍 오르겔'을 제작 중인 홍 마이스터는 세심하고 정확한 손길로 '홍 오르겔'만의 '소리'를 지어가고 있었다.

그는 오르겔을 '부활의 악기'라고 했다. '죽어'있는 재료들에 '숨'을 불어넣으면 생명이라는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생명을 파괴하는 무기로 제작된 오르겔이 평화를 연주한다는 것이 순리이고 이치인 것처럼 설득되는 순간이다.

무기 오르겔은 지난 2009년 서울대 이돈응 교수와 작업을 하던 중 '무기를 사용해서 평화를 상징하는 오르겔을 제작하면 어떨까'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평화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부족했고, 오르겔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기 때문에 마음에 담아놓았다.

"전쟁은 참혹해요. 고통과 눈물 뿐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총을 쏴서 죽이고 피튀기는 게임과 놀이에 열광해요. 분단의 현실을 직시하고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평화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해요."

그는 전 세계의 연주자들이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평화를 상징하는 DMZ에서 살상의 무기로 제작된 오르겔로 평화를 연주할 날을 꿈꾼다.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문화자원으로 한반도 평화를 이끄는 주축이 되어 평화통일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그는 특히 '한국의 문화자원'을 강조했다. 홍 마이스터는 "조심스럽지만 고구려 동이족의 악기인 생황이 여러차례의 과정을 거쳐 파이프 오르간의 기원에 영향을 주었다. 오르겔에 일정 부분 한국적인 정서가 있다는 것이다"면서 "왕산악이 중국의 7현금을 거문고로 변형시켜 한국화 한 것처럼 오르겔도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지면서 얼마든지 우리의 악기가 될 수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가능성은 다양한 부분에서 증명되고 있다. 최근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 문화 10선' 중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명인'의 한명으로 선정됐다. '서양 악기'의 장인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의 장인으로 선정된 것이다. 그는 "우연이 아니다"면서 "대한민국이 한국은 물론 글로벌 문화를 아우르며 문화 대국으로 발돋움 할 때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대왕의 '여민락'을 편곡해 국악기와 오르겔의 앙상블도 선보였다. 매회가 매진이었고 감동이었다.

"오르겔에 한국적인 정서가 많다"는 그는 "독일의 반도네온이 아르헨티나의 민족악기가 되고, 인도의 전통음악 라가만을 서양의 바이올린으로 연주해야 하는 것처럼 오르겔도 한국의 악기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조선 부흥과 문화의 최고 르네상스를 이룬 세종과 정조의 시대를 넘어 이제는 새로운 K-문화의 빅뱅을 준비해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시작이 '무기 오르겔'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를 '기회'라고 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문화의 상징이 될 '무기 오르겔'에서 전 세계의 연주자들이 평화를 연주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감동이고 한국이 문화의 대국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3.1운동과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독교인이 앞장 설 수 있었던 것은 원산과 평양의 기도운동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라면서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과의 연대를 위해 '건반위의 평화'를 설립하고 후원과 관심을 촉구하는 릴레이 평화연주회를 진행 중이다.

평화를 향한 닻이 올려졌다. 항해는 시작됐다.

"무기 오르겔이 세워지는 곳은 평화의 랜드마크가 될 것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브랜드가 될 것이며 평화 운동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그 중심에 그리스도인들이 서야 합니다. 하나님은 평화를 원하시니까요."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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