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해도 괜찮아

[ 목양칼럼 ]

전종은 목사
2021년 06월 23일(수) 08:11
'멘토의 수첩' 중에 나오는 글이다. "이란에서는 아름다운 문양으로 섬세하게 짠 카펫에 의도적으로 흠을 하나 남겨 놓는다. 그것을 '페르시아의 흠'이라 부른다. 인디언들은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살짝 깨진 구슬을 하나 꿰어 넣는다. 그것을 '영혼의 구슬'이라 부른다. 제주도의 돌담은 여간한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돌담을 잘 살펴보면 돌과 돌 사이를 메우지 않았는데, 그 틈새로 바람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치열한 세상 경쟁 속에서 빈틈을 보여 주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빈틈을 보여 주면 그 빈틈을 파고들어서 나를 넘어지게 하는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이런 쓴 맛을 경험한 사람은 '약점을 보이면 안 돼! 절대 빈틈을 보여 주면 안 돼!' 스스로 다짐하며 살아간다. 물론 나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약점이 있다. 내 힘으로 메울 수 없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사람의 부족한 점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는가에 따라서 신앙공동체의 영성과 수준은 결정된다.

필자가 부목사로 사역했던 교회 담임목사님은 새로운 교역자가 청빙되어 인사할 때마다 교인들에게 한 가지 당부를 드린다. "신학교는 장차 목사가 될 사람들을 공부시키는 곳이지만 진짜 목사를 만드는 곳은 교회입니다. 교회가 최고의 신학교입니다. 부족한 것이 보이더라도 품어 주시고 사랑을 많이 베풀어 주셔서 훌륭한 목사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질문까지 던지며 확답을 받아내신다. 그러면 온 성도들이 목사님의 질문에 '아멘'으로 화답을 한다. 나 역시도 부임할 때에 성도들의 우렁찬 '아멘' 소리를 듣고 부목사 사역을 시작하였다.

교회마다 영적인 분위기가 다르다. 어떤 교회는 팔방미인의 사역자를 원하는 교회가 있다. 설교도 잘 하고, 행정도 잘 하고, 인품도 좋고, 리더십도 탁월한 목회자를 원하는 교회가 있다. 이 중에 부족한 것이 하나라도 보이면 그 부족한 것 때문에 말이 나오고 문제가 되는 교회가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약점을 보이지 않기 위하여 최소한의 사역만 하게 된다. 교회에는 항상 긴장감이 감돈다. 사역의 기쁨은 점점 메말라 가게 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개인의 성장도 일어날 수가 없고 교회의 영성도 자라날 수가 없다.

그러나 약함을 품어 주는 교회가 있다. 이런 교회에는 따뜻함이 있다. 함께 동역하는 즐거움이 있다. 약점에 대한 정죄가 없기 때문에 최대의 사역을 하고 두려움 없이 사역을 한다. 이런 영적인 토양 속에서는 빈틈 많은 사람도 성장하게 되고 교회의 영적 수준도 높아지게 된다. 부족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서 교회가 하나님 나라가 될 수도 있고, 교회 속에서 세상을 경험할 수도 있다.

사람에게 완벽을 요구하면 우리는 교회 속에서 세상을 경험할 것이다. 그러나 부족한 사람이라도 품어 주고 도와주면 교회를 통하여 하나님 나라를 맛보게 될 것이다. 교회가 세상과 다르기 위해서는 '부족해도 괜찮은 곳'이 되어야 한다. 부디 교회가 '부족해도 괜찮은 곳'이 되어서 함께 자라가고 함께 하나님 나라를 맛보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전종은 목사 / 평택 신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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