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9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21년 06월 11일(금) 17:16
변창배 목사
포스트 모던사회는 인간의 감각을 중시한다. 근대사회가 인간의 이성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1980년대 이후 전개되는 포스트 모던사회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의 반응에 치중한다. 일단의 프랑스 지식인들은 감각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아예 감각을 중심으로 철학적 사유를 재구성했다.

일본의 하쿠호도생활종합연구소는 감각시대에 주목하는 보고서를 연이어 내고 있다. 하쿠호도는 소비 여론 유통동향을 비롯하여 풍속 생활의식 라이프스타일 가치관 생활정보 등에 관한 조사 연구를 하는 생활연구전문기관이다. 우리나라의 광고업계를 주도하는 모 기획사와 일본내 합작사를 만들어서 조사결과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쿠호도는 최근에 "감각시대의 소비스타일"을 번역해서 국내에서 출간했다. 소비자를 생활인으로 파악하고 상품의 소비패턴을 분석하지 않고 생활인의 감각시대 삶의 방식을 조사했다.

감각시대는 인간의 신체를 주목한다. 이성에 기초한 사고와 언어의 의미를 재탐구하고, 언어를 통한 사유보다 인간의 신체를 통해서 파악하는 느낌을 주목한다. 언어를 통한 의사전달보다 신체적인 감각의 공유를 통한 공감을 치중한다. 언어를 통해 표현되는 사고나 의미를 해체한다.

쓰보이 히데토는 감각을 역사적 과정에서 파악하여 시대를 읽고 있다. 그가 지은 '감각의 근대'와 '감각의 근대2'도 음악 가요 무용 연극 등의 예술 장르에 드러난 시각과 청각의 문제를 통해 시대의 문제를 분석했다. '노래하는 신체'가 '느끼는 주체'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고찰한다. 감각이 도리어 이성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고 시대를 새롭게 읽는다.

포스트 모던시대의 경영 패러다임으로 이성을 대신하는 감정을 내세우기도 한다. 고객이 이성적으로 구매 결정을 하리라는 기대를 버리라는 것이다. 배성기 씨가 펴낸 '트럭 모는 CEO'라는 책도 환하게 웃는 표정이 매출이 미친 영향을 그리고 있다. 중고트럭 한 대로 장사를 해서 100억 대의 매출을 하는 사업으로 성장한 비결이 환하게 웃는 표정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시대의 변화를 읽는데 있어서 이성과 감각의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이성적으로는 시대 변화를 이해하지만, 감각은 과거에 머물고 있다. 2019 이전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2020 이후의 생활을 받아들이는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현실적인 제약을 일시적인 조치로 보고싶은 기대가 감각적인 거부를 증폭시킨다.

감염병 전파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세계를 일시에 마비시켰다. 전세계적으로 국경이 닫히고 국가간 왕래가 제한되었다.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접촉을 방지하기 하기 위한 조치가 광범위하게 취해졌다. 이러한 조치는 상당한 시일동안 지속될 것이 자명하다. 코로나19 백신도 감염병의 위험을 완화시키기는 해도 완전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기대했던 치료제의 개발도 지연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는 속속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2019 이전의 생활은 여전히 우리의 오감을 지배하고 있다. 자유롭게 만나고 자유롭게 대화하던 동료의 목소리는 너무도 또렷하다. 언제든 함께 하던 만찬의 추억은 아련하고,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 영화 연극의 모습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누구나 반갑게 손을 잡고 안부를 묻던 느낌이 손끝에 묻어있다. 금방 내린 커피의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오손도손 대화하던 다정한 만남을 추억한다. 마스크를 쓰지않고 나누던 얼굴가득한 미소의 기억도 선명하다. 2019 이전 삶의 기억은 강렬하고 뚜렷하다.

코로나19의 회복은 20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2~3년의 시간이 흐르고 코로나19가 물러가도 2019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흘러간 강물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이 2019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도리어 코로나19의 회복은 일상화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일지 모른다. 이성과 감각의 혼돈 속에서, '아듀, 2019'. 거부하는 몸짓으로 조심스럽게 소리내어 말해 본다, '아듀, 2019'. 한국교회의 제반 활동을 예배중심으로 재편하는 창조적 진통을 위해서, '아듀, 2019'.



변창배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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